미국은 지난5일 교역상대국들과 맺은 무역협정의 이행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를 무역대표부(USTR)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상대국을 겨냥한 통상압력이 앞으로 더욱
치밀하고 거칠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식품유통기한 자동차 통신시장개방등 미국과 적잖은 통상현안을 갖고
있는 한국엔 새로운 기구신설이 큰부담으로 작용할것으로 예상된다.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이날 워싱턴소재 국가정책센터에서
가진 연설에서 "주요 교역상대국들이 미국과 맺은 통상협정을 제대로 이행
하는지 여부를 전담감시하고 필요할 경우 강제집행할 능력을 갖춘 특별기구
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캔터 대표는 "클린턴행정부는 지난 3년간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등 1백80여건의 통상협정을 맺었다"며 "미국은 기존에
맺은 통상협정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
했다.

미국이 새로운 시장개방협상보다 기존협정 이행강제에 통상정책 우선순위를
둘 것이란 사실은 이미 예견돼 왔다.

샬린 바셰프스키 USTR부대표는 지난달 기존 통상협정을 제대로 이행치
않는 국가에 대해 실질적으로 보복할 수있는 기구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미국의 이같은 무역정책 우선순위 변화는 올해말 미 대통령선거전략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로 고민하기 보다는
기존 협정에 대한 결실을 구체적으로 부각시켜 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최소한 대통령선거때 마친 미국의 통상압력강도가 높아질 것임은
분명하다.

클린턴행정부는 특히 일본 유럽연합(EU)등 선진국은 물론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흥급성장시장(BEMs)에 대한 시장개방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BEMs의 한나라로 이미 미국의 주요 공격타켓이 되고 있는 한국엔 새로
설립될 기구가 성가신 감시자역할을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USTR관계자들은 그동안 "한국은 통상문제에 관한한 신뢰하기 어려운 나라"
라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USTR로부터 자동차 의료장비 농산물분야가 관심분야로
지정됐다.

또 자동차 통신시장은 일정한 폭의 개방을 약속했고 식품유통기한문제도
미국과 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이번 기구설립을 계기로 이같은 협정이나 합의사항들이 성실히
이행되는지를 철저히 감시하고 채근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정부는 USTR의 새로운 기구신설계획에 긴장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개방압력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동차시장개방을 비롯해 지난해에도 혹독한 압력을 받은 정부와 관련업계
모두 그파장을 점치면서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마련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재정경제원관계자는 "미국과 합의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해
양국간 신뢰를 회복하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히고 "연초부터 공세적인
시장개방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통상문제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합의사항이행에 비중을 두는
통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고광철.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