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유통시장이 완전 개방됐다.

국내유통산업을 보호해온 빗장이 풀려 외국상업자본이 들어오게
된것이다.

자금력과 경영노하우에서 앞선 외국업체의 한국시장상륙으로 국내유통업과
제조업 등 산업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시장개방의 파장과 국내업체들의 대응전략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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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개방은 <>매장면적과 점포수의 제한을 없애고 <>외국인의
투자자유화업종을 확대한 것으로 요약된다.

이조치는 국내산업에 충격을 줄수도 있는 "태풍의 눈"을 갖고있다.

그 태풍의 진로가 어디로 향할지,얼마나 많은 상처를 낼지는 아직까지
예단키 어렵다.

"국내에 진출하려는 외국업체들의 거센 공세와 이에 맞선 국내업체들의
고군분투가 상당기간 계속될것"(이동훈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장)이라는
짐작만을 할 뿐이다.

우선 매장면적제한 철폐부터 보자.

매장면적 3천 는 중소도소매업과 대형도소매업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그동안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3천 미만(중소도소매업)의 매장 설치만을
허용해왔다.

매장면적 제한철폐는 대형도소매업이 외국자본에 개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 존재하는 대형도소매업체로는 백화점과 대형슈퍼 양판점
대형할인점 등이 있다.

외국자본과의 경쟁없이 온실에서 커온 유통업체가 이제부터는 외국자본과
겨뤄야한다.

점포수 제한철폐는 외국자본의 "다점포화"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이 지난해까지는 20개매장 이하만 설치할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국내에 마음대로 점포를 개설할수 있다.

편의점과 슈퍼체인 전문점등 많은 점포를 두어야 수지를 맞출수 있는
유통분야가 외국자본에 노출된 셈이다.

투자자유화의 확대로 도매업은 89개업종중 80개업종 소매업은 68개업종중
62개업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가능해졌다.

곡물 고기의 도소매업, 주유소 가스충전의 소매업등 극히 일부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에서 외국인의 투자에 대한 빗장이 풀렸다.

이제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수 있게됐다.

외국유통업체들의 국내시장상륙이 잇따를 전망이다.

네덜란드계 기업인 마크로의 국내합작법인인 한국마크로는 오는17일
인천시 동구 송림동에 매장면적 4천평규모의 회원제창고형할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마크로는 또 용인 일산 대전등지에 6천~9천평규모의 대지를 확보,
매장을 전국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프랑스계 자본인 카푸도 오는6월 부천시 중동 신시가지에 3천5백평규모의
대형 하이퍼마켓을 열기로 했다.

또 청구산업개발로부터 1만2천여평 규모의 상가를 분양받았으며 일산
대전등에도 부지를 확보했다.

이밖에 월마트 K마트 시어즈 플레밍 샘스클럽(이상 미국) 막스&스펜서
(영국)미쓰코시 다카시야마 프로모데스 다이에 세이유 산요 샤프
베스트전기(이상 일본) 라파예트(프랑스) 등이 국내유통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업체중 상당수가 이미 국내시장조사를 끝냈으며 국내파트너만
선정되면 언제라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곳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유통업체들이 이처럼 국내에 대거 진출하려는 것은 그만큼 "먹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제조업 위주로 성장해온 국내산업구조상 유통업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게 외국유통업체들의 판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소매업체중 중소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99.7%
(94년기준)에 달하고 있다.

또 종업원 4인이하의 업체비율이 96.8% 매장면적 15평미만의 사업체가
86.7%를 차지, 영세한 구조이다.

국내유통산업은 그만큼 가족단위 영세자영업자들 위주로 짜여져 있다는
얘기다.

경영노하우와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자본이 물밀듯 밀려올 경우 영세한
국내유통업체들이 받게될 타격은 클 수 밖에 없다.

"유통시장개방 이후 소규모매장이 도태되거나 업종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국내중소상인이 73.5%에 달한다"는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이 국내상인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있다.

제조업체들도 유통시장개방이라는 파고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가전 의류 등 대부분 제조업종이 대리점체제라는 폐쇄적인 판매망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유통시장개방으로 선진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생겨날 경우
대리점체제도 점차 붕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통시장개방으로 국내유통업체 뿐만아니라 제조업체들도 회오리바람에
휘말려들면서 국내유통산업 구조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민중기대한상의
유통부이사)이라는 얘기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