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계약자가 낸 보험료중 모집수당등 사업을 꾸려나가는데 드는
사업비를 쓰고 남은 돈을 내부에 적립한다.

만기나 만약의 사태를 당한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해 놓는 것이다.

이재원을 책임준비금이라고 한다.

책임준비금제도는 그성격상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비슷하나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은행의 지급준비금은 중앙은행에 예금의 일정비율을 맡기되 은행이
자율적으로 사용할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보험사는 책임준비금을 사내유보하며 자산운용 준칙이란 울타리
안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대출을 해주거나 주식 채권 부동산등을 사놓아도
무방하다.

책임준비금이 고객보호 제도라는 점에서 각 보험사가 제멋대로 쌓을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

생보사의 준비금적립방식은 몇 가지가 있다.

순보험료식 질메르(Zillmer)식 초년도 정기식 충족보험료식등.

이중 대표적인 방식이 순보험료식과 질메르식이다.

질메르식은 다시 전기식 5년 7년 10년 20년 전기등으로 나누어진다.

각 나라마다 준비금 적립방식도 다르다.

미국은 20년 질메르식과 유사한 독자적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일본은
대형사 5년 중소형사 10년 질메르식으로 차등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전기식 질메르식이며 우리나라는 7년 질메르식을 충족시키도록 돼
있다.

순보험료식은 말그대로 사업비(부가보험료)를 제외한 보험료를 준비금으로
적립하는 것.

계약자가 낸 1만원의 보험료중 예정사업비 1,000원만 경비로 지출하고
나머지 9,000원은 고스란히 준비금으로 유보시킨다는 얘기다.

이해하기도 쉽고 당연한 이치같지만 이방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다.

보험료는 매달 일정비율만큼 사업비를 쓴다는 전제아래 부가보험료를 책정,
산출한다.

그러나 실제 계약초기에 많은 돈(사업비)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계약을 유치하면 사업비는 예정치보다 더 들어가는 데 반해 부채계정인
준비금은 자꾸 쌓여만 가니 보험사의 적자폭은 늘어가는 모순이 생긴다.

이에 착안, 독일의 질메르라는 사람이 책임준비금중 계약초기에 많이 들어
가는 사업비를 앞당겨 쓰고 부족해진 금액은 계약만기시까지 채우도록 하는
준비금적립방식을 만들었다.

이 방식은 순보험료보다 적립금액이 적지만 중도 해약자에게 돌아가는
환급금은 꼬박꼬박 쌓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에 별문제가 없다.

결국 질메르방식은 순보험료식기준보다 모자라는 금액을 계약이 유지되면서
차근차근 메워가는 것으로 10년만에 이를 맞추면 10년 질메르방식이라고
한다.

요즘 생보업계 일각에서 우리의 책임준비금제도를 현실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생보사 지급여력 확보기준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준비금을 과연 어느 수준까지 확보하면 되는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각나라의 제도가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일본은 대형사와 중소형사간에 준비금적립기준을 차등화하고 지난해에는
경영악화를 감안해 몇몇사에 준비금을 감액시켜주는 조치까지 취했으니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