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이날 실시한 정기 인사의 하일라이트는 대규모 발탁이다.

발탁개념을 첫 적용한 지난해 인사에서 5명을 2단계 이상 건너뛰어
승진시켰으나 올해는 무려 55명으로 확대한 것.

이번 인사는 구본무회장이 지난 2월 취임한 뒤 처음 실시한 것이어서
그동안 구회장이 주창해온 "능력과 업적위주의 성과주의"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36세(59년생) 2명을 이사대우로 승진시키는등 30대 임원을 10명이나
탄생시킨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발탁"과 "세대교체"를 접목시켜 그룹경영에 새바람과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고졸 전문대졸의 학력자중에서도 임원 승진자를 내 "학력 철폐"라는
재계의 새 흐름도 반영했다.

LG는 이와 함께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한 LG반도체의 문정환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논공행상"원칙도 지켰다.

또 대표적 전문경영인인 변규칠그룹부회장을 LG상사 회장으로 승진시켜
전진 배치하고 성재갑화학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등 전문경영인을
우대해 "자율경영"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원로세대로 분류되는 이헌조LG전자 회장을 전자CU장에서 물러나게 하고
그 자리를 구자홍사장에 맡긴 것은 전문경영인의 세대교체를 시사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이번 인사에서 2단계를 뛰어 발탁된 임원중 남영우LG정보통신
전무(44)는 해외사업 부문에서 탁월한 업무처리 능력을 보인 점이
인정됐다는 평가.

LG는 이밖에도 43세의 허영호상무,38세의 허경수이사대우 등 총
12명을 파격적으로 2단계 특별 승진시켰다.

<>.36세의 나이로 최연소 임원에 오른 조준호그룹 경영혁신추진본부
전문위원은 그룹의 21세기 비전을 마련하는데 깊숙이 참여한 핵심 멤버중의
한사람.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시카고대 대학원(마케팅석사)을 졸업한 조위원은
91년이후 그룹의 경영혁신 추진 업무를 맡아 일을 깔끔하게 처리, 구회장의
눈에 띄었다는 후문.

또 조위원과 동갑내기(59년생)로 임원에 발탁된 정일재연구위원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오하이오대 대학원을 거친 뒤 LG경제연구원에 입사,
경영컨설팅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왔다고.

<>.LG전자 수석부장에서 승진한 정일만이사대우(50)와 LG마이크론의
박재화이사대우(46)는 고졸 출신이어서 화제.

정이사대우는 부산 동성고를 졸업한뒤 지난 69년 LG전자에 기능직
사원으로 입사, 줄곧 제품설계 분야에서 일해온 설계분야 베테랑.

박이사대우는 68년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LG전자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관리 총무 인력개발 등의 지원업무만 맡아오면서도 임원으로 승진한 이례적
케이스다.

이밖에 헬기 운항을 맡고 있는 이병태그룹 항공운항팀장이 특수직으로는
처음 이사대우로 승진했고 LG전자 도쿄연구소장인 일본인 와타나베씨가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사로 발탁돼 눈길을 모았다.

<>.그룹회장실의 홍보팀 임원들이 전원 승진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홍보팀장 심재혁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것을 비롯, 김영수이사대우와
정상국부장이 각각 이사와 이사대우로 한 단계씩 오른 것.

이처럼 홍보임원들이 대거 승진한 것은 올초 단행한 그룹이름 변경
(럭키금성<>LG)에 따른 CI(기업이미지 통합)와 구회장 취임이후의
"정도경영" 등 새로운 그룹 경영이념을 대외적으로 성공리에 "착근"시킨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후문.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