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8일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는 원래 예정에 없었던 것이나
지난 6일 갑자기 결정된 것이다.

경제현안이 갑자기 돌출했거나 경제문제를 긴급히 점검해야할 상황이 발생
해서 특별히 마련된 자리는 아니다.

청와대측의 얘기로는 대통령이 직접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지가 6개월이나
돼 새해로 넘어가기 이전에 한번 경제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
이다.

또 내년은 21세기의 마지막 5년이 시작되는 해로 소득 1만달러시대와 수출
1천억달러시대가 본격 시작되고, 우리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진출등으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있어
대통령이 이에 대한 준비를 경제부처에 당부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의 의미를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단순한 측면이 있다.

이날 회의에서 김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을 보면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와 "중소기업 끌어안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노태우전대통령비자금사건과 노.전씨 구속, 5.18특별법제정등으로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불안감을 보이고 있는데다 특히 중소기업을
비롯한 영세상인들의 어려움이 심화, 이에 대한 민심수습차원에서 마련됐다
고 볼수 있다.

김대통령이 최근 각계각층의 원로들과 만나 시국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대북경계태세 강화지시및 안전현장방문등으로 국정현안을 바짝 챙기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김대통령의 지시내용은 경제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노씨비자금사건으로 대기업의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등 경제계가
동요를 보이는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곳은 중소기업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과 관련, 정부에 대책마련을 지시하는
한편 대기업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금지급을 현금으로 하라는 종전의 당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금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라고 강조했다.

기업간의 거래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수는 없는 사안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노씨비자금사건에서 검찰이 대기업총수들에
대해 불구속기소로 처리하는등 재계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내린데 대해
정부는 응분의 화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이문제와 관련해 대기업이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다고 해서
제재를 가할 정책수단을 사실상 없다"며 "그러나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기업들이 알아서 수용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관계자는 특히 "현재 경제정책의 운영기조는 규제위주에서 기업들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대기업은 정부가 규제수단없이 유도
하는데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거정권에서 대기업들이 많은 돈을 정권에 갖다줬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으니 그 여력을 중소기업지원에 아끼지 말아달라는게 김대통령의 주문
이라고 볼수 있다.

<최완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