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사출공장을 경영해온 이응석사장(36)은 요즘 머리를 쥐어짜며
억울해 한다.

지난 9월 어이없이 부도를 당해서다.

군포에 있는 프레스금형업체를 다니다 친구삼촌의 소개로 부실상태에
있는 종업원 5명의 임대공장을 2천5백만원에 인수,첫사업을 시작한지
1년반만에 도산을 하고 말았다.

그가 이토록 억울해 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납품처인
옥산기업전자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물려들어가서다.

이사장은 인터폰에 내장되는 플라스틱사출금형을 공급하면서 옥산기업이
발행한 3개월짜리어음 1억5백만원을 4차례에 걸쳐서 받았다.

받은어음중 4천8백만원을 상호신용금고에 가져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할인을 했다.

나머지는 할인하지 않은 채 가지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약속어음은 휴지조각이 되고 살던 아파트는 차압당했다.

이같이 받은 어음이 부도를 당하는등 판매대금 미회수로 부도를
당하는 기업은 예상외로 많다.

올들어서도 약 3천여개 사업자가 어음관리를 잘못해 부도가 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올들어 현대정밀전자(하남.전화기) 도훈사(대구.양산) 부성엔지니어링
(서울.항온항습기) 전일주물(전주.맨홀) 삼양제지공업(충남.화장지)
아이테크(대구.안경테) 미로식품(여수.가공식품)등 기업들이 이런
자금난으로 쓰러졌다.

김광경한국경제정책연구원장은 "특히 대금미회수로 도산을 당하는
기업은 창업후 2년이내가 가장 많다"고 밝힌다.

따라서 창업기업은 어음및 수표관리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한다.

물건이 잘팔린다고 무조건 어음만받고 외상을 주는것은 부도의 지름길이
될수 있다.

그렇다면 어음부도를 맞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가.

어음과 수표는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가.

전문가들은 "융통어음을 경계하라"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진성어음인 상업어음은 물품을 납품하고 받은 어음을 말한다.

반면 융통어음은 돈이모자라 자금융통을 위해 발행한 어음이다.

따라서 부도의 확률이 높다.

은행에서 할인받기도 어렵다.

상업어음과 융통어음은 겉으로는 거의 표시가 나지 않는다.

안상민아이앤아이수석컨설턴트는 "전자업체가 발행한 어음을 직물도매
업자가 소지하고 있는 경우와 같이 거래관계가 맞지 않는 것은 거의
융통어음"이라고 한다.

영업규모로 봐 어음금액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것.

금액의 숫자가 1천만원이상으로 끝이 딱 떨어지는 것도 이상하다.

왜냐하면상거래의 경우 부가가치세가 매겨져 끝자리숫자가 붙기 때문.

경일설비 자금담당인 백무열이사는 "신용이 나쁘면서 돈돌리기에 능란한
사장들은 융통어음을 발행, 상업어음과 맞바꿔 할인해 쓰기도 한다"고
밝힌다.

이점을 감안, 창업초기엔 어음을 함부로 맞바꾸는 것은 절대 하지마라고
당부한다.

창업자는 사업을 시작하는 날부터 거래상대방의 신용을 체크해야 한다.

거래처의 어음기간이 갑자기 길어지거나 현금결제의 비율이 낮아지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기재사항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경리부장이 회사명을 쓰지 않고 발행한 어음은 경리부장 개인책임으로
끝난다.

이미 받은 어음을 바꿔주거나 결제기일을 연기해줄 때는 기존배서인의
날인을 받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반면 자신이 어음배서를 함부로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 경우 연쇄부도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배서를 잘못했다가 9천여만원의 생돈을 날리는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는 신진철태백금속사장(45)은 "배서는 어음발행보다 더 위험하다"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부도예방을 위해서는 중소기업공제사업기금에 가입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여의도 중소기업회관1층에 있는 공제사업기금에 가입해 매월 일정부금을
부으면 부도수표도 원금액대로 보상해준다.

더이상 부도를 피할 수 없게 됐을 때는 수표부도보다 어음부도를
내야한다.

수표부도는 "쇠고랑"을 차게 되기 때문이다.

부정수표단속법에 의해 3년이하의 금고형이나 수표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받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