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건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가 일단락됨에
따라 "뒤풀이"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뒤풀이는 두달가까이 이끌어온 비자금사건으로 어수선했던 기업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세우는데 초점을 맞추는데서 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전문경영인의 인사권 확대 등 자율경영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강화 <>기업윤리헌장제정 <>공익사업확대 <>환경친화경영 등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이미 2~3개 그룹이 전문경영인의 경영권확대에 초점을 맞춘 경영개선책을
내놓았다.

검찰의 노태우전대통령 기소발표가 있은 5일 동아그룹이 발빠르게 최원석
회장 중심으로 이뤄져온 그간의 그룹운영체제를 계열사사장 중심체제로
바꾼다는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우도 김우중회장 지분의 단계적 정리와 전문경영인체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합리화 방안''에 이어 소그룹회장인사와 소그룹내 임원 자율인사
내용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 삼성 LG 선경 쌍용 동부 등도 조만간 비슷한 내용의 경영쇄신 방안을
내놓기 위해 막바지 손질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인사 자율화방안은 정부측으로부터 ''사안''이 내려오고 있어
가속화될게 분명하다.

"경영체제를 개편하고 전문경영인을 중시하는 등 근본적인 쇄신책을
내놓으라는 ''주문''이 암암리에 전해지고 있다"(S그룹 K상무)

그러나 재계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뭔가 그럴듯한 "메뉴"를 내놓아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다"(A그룹 B이사)는
현실 때문이다.

재계가 이렇다 할 메뉴를 찾기 어렵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 정부가 바라고 시대 흐름에도 맞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자율경영체제
구축"은 이미 몇년전부터 재계 스스로도 추진해 온 변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93년 이후 재계는 "문민화" "민주화"라는
흐름을 따라 비서실(기조실)기능을 일부 축소하고 방대한 그룹사업조직을
소그룹으로 분할하는등 분권경영을 향한 제도손질에 박차를 가해왔다.

한마디로 "획기적인 메뉴"는 더이상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현대 삼성 대우 등은 인사권을 전문경영인들에게 보다 많이
위임하고 비서실(기조실)기능을 좀더 축소시킨다는 등 기존 메뉴를
"개보수"하는 선에서 경영쇄신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전경련에서 제정키로한 윤리헌장을 기본으로 그룹별 윤리헌장내지
공정경쟁지침을 만들어 선언적인 의미의 대국민 약속을 하는 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