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의 골이 깊어지고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활동, 특히 해외부문
에서 실질적 피해사례가 가시화되고 있다.

S/L/D 등 주요 대기업그룹들이 해외 지사망을 통해 자체적으로 파악한
사례를 보면 금융 건설등 주요사업에서 추진되던 사업이 보류되거나
심지어는 취소되기도 하는등 심각한 부작용이 실제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자금 파문에 따른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외국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정부에 대한 수주 제한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말레이시아 공장진출사업이 늦어지고 있는데 이는
비자금사건으로 인해 말레이시아정부가 한국정부나 기업 활동에 대해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 당간부들만 보는 "내부문건"에도 비자금 사건이 기재되고 싱가폴
정부 각 부처회의에서도 한국기업이 수주한 프로젝트에 대해 원가분석을
다시 하기로 심의하는등 해외에서의 한국기업이미지 실추는 실제상황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외국의 S&P 무디사 등 주요 신용평가회사들도 한국에 대한
신뢰도를 평가절하할 것을 검토하는 등 국가이미지 전체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해외금융면에선 한국계 은행들의 기업어음 발행가가 0.05~0.10%포인트까지
상승하고 채권발행비용도 0.2%포인트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같은 비자금파문이 국가간 통상문제로 비화될 움직임
마저 보이고 있다는 것.

산업연구원은 최근 비자금 파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정경
유착으로 야기된 비자금 문제는 결국 일부 기업에 경제적인 특혜를 제공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외통상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와이스디베이스사의 김태한사장은 "만약 비자금이 기업자금으로
확인되면 선진국들의 덤핑제소의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비자금 파문과 관련, 사업차질 사례를 부문별로 종합정리한다.

<> 해외금융 차질 <>

<> 사례 1 = 코리아펀드나 코리아 인베스트먼트등 한국계증권의 경우
아시아역내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됐다는 판단하에 "프리미엄거래"가
관행이었으나 사건이후 액면가 거래로 전환됐다.

비자금사건이후 유럽에서의 한국계 채권 발행비용이 0.2%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이는 한국계 은행의 비용증가로 인한 금리인상을 예상한 때문.

<> 사례 2 = 대우그룹은 비자금으로 총수가 소환되는등 곡절을 겪으면서
미국계 거래은행인 B.O.N.Y.체이스등으로부터 여신동결을 검토중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그룹 자금부서는 이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해 차입비용에 상관없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계 은행들도 대우에 대해서 회사차원의 지급보증보다 은행의 지급보증
을 요구하는등 "특별관리"태세에 들어갔다.

<> 사례 3 = 유럽내 삼성전자의 주식예탁증서(DR)가격이 비자금 사건전
1백22달러에서 사건직후 89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물론 한국주식시장 하락세와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
(메릴린치)등 종합적인 영향때문이지만 국내 증시하락폭(17%)보다 더 큰
25%의 하락폭으로 미루어볼때 비자금 사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 사례 4 = 호주의 경우 한국전체에 대한 인지도나 관심이 적어 일반의
관심은 없는 상황에서도 은행관계자들은 비상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현지 주재원들이 보고했다.

<> 해외사업차질 <>

<> 사례 1 = 삼성물산은 싱가폴에서 석유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으나
신한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 지급보증을 선 사실이 문제돼 사업차질이 예상
된다고 현지 주재원이 보고했다.

삼성물산은 싱가폴 국영선사 놀사로부터 3억달러에 선박을 수주했으나
선주측에서 거랭은행인 신한은행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 사례 2 = 유원건설이 수주한 필리핀 댐공사가 현지에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는 유원건설을 인수한 한보가 비자금사건에 깊숙히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현지 주재원들은 분석.

<> 사례 3 = 일본의 자동차 샤시 회사인 포밍사는 비자금 사건 여파로
한국의 중소기업 "신풍"사가 부도를 내자 이를 소개한 삼성측에 거센 항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 사례 4 = 모로코에서 대규모로 추진중인 대우의 ''김회장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가 현지 신문들에 의해 계속 제기되고 있음.

대우는 이를 해명하기 위해 현지홍보활동을 강화하는등 대책마련에
들어갔으나 현재 언론들의 보도는 게속되고 있다함.

<> 이미지 실추 <>

<> 사례 1 = 삼성그룹은 일본 본사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동경에서 사업을
추진했으나 빌딩주가 한국의 비자금사건보도를 접하고 "만약 이번일로 삼성
이 기소된다면 빌딩매매는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 범죄기업에게는 빌딩을
팔 수 없다"고 공식통보했다.

<> 사례 2 = 영국 미국등 선진국에선 각 그룹의 총수소환사실 자체를
대서특필하고 있다는 보고.

예를 들면 영국의 데일리 텔리그라프나 미국 클리블랜드지역의 언론등
비자금조성에 일조한 기업인들 이라는 제목으로 기업이름을 거론하고 있음.

특히 이지역은 국내 대기업들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기업이미지에도 상당한 훼손이 우려됨.

<> 사례 3 = 자동차 시장개방문제로 강성기조를 견지해 왔던 독일언론들은
이번 사건이후 한국의 후진성을 비난하는 기사를 연일 게재해 결과적으로
한국상품에 대한 후진적 이미지가 독일등 유럽지역에서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독일 주재원들이 보고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