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확장세 둔화에 비자금 파문까지 겹쳐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산업연구원(KIET)은 17일 "비자금 파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
를 통해 "비자금 파문은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경기의 급강하를 초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변연구기관이 비자금과 관련, 이같은 평가를 내놓은 것은 KIET가 처음
이다.

KIET는 특히 이번 비자금 파문으로 중소기업과 건설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비자금 파문으로 금융기관들이 신용대출억제 대출심사강화 등 자금
운용을 보수적으로 전환함에 따라 중소기업이 자금을 얻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KIET는 분석했다.

실제로 사채시장의 자금경색 현상이 두드러져 중견기업이 발행하는 B급
어음의 사채시장 할인율이 크게 올랐고 중소기업의 C급 어음은 할인자체가
어려워졌다고 KIET는 밝혔다.

이같은 여건 때문에 KIET는 4/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둔화된
7.7%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상반기 22%, 3/4분기 14.6%
보다 크게 낮은 10.8%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재정경제원에 제시한 경제전망에서 올 4/4분기
의 실질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7.9%보다 0.1%포인트 낮은 7.8%에 그칠
것으로 수정한바 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하향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IET는 이와함께 비자금 파문은 근로의욕과 노사문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아니라 관련기업의 특혜여부가 대외통상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파문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의 급강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 비자금파문은 조기 수습돼야 한다고 KIET는 주장했다.

한편 이달들어 <>신용장내도액 감소 <>부도증가 <>해외신용도 추락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순유출 등 우려할만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