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56"(93년). "25대52"(94년).

"34대53"(95년 1월). "51대45"(95년 7월).

삼성전자와 모토롤라간의 최근 몇년 간에 걸친 휴대폰 셰어 변화다.
(한국이동통신 신규 개통실적기준)

8월에도 삼성전자의 신규개통실적은 전체 7만5천대중 3만4천6백70대
(46.2%)를 기록해 모토롤라(41.3%)를 눌렀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절대 약세를 면치 못하던 삼성전자가 어느덧
휴대폰업계의 "거인" 모토롤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것.

물론 전체 누적대수에서 삼성전자(43%)는 모토롤라(47.4%)에 비해
여전히 열세다. (8월말 누적대수 기준).

현대전자(4.1%)와 LG전자(3.5%)의 경우 올들어 휴대폰 시장에 신규
진입한 회사여서 셰어에선 아직 미약하다.

그러나 노키아 에릭슨 오키등 쟁쟁한 업체들의 국내 셰어를 모두
합해도 2%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신규 진출업체들의 저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휴대폰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이같은 약진을 "극적인 뒤집기"라고
평가한다.

여기엔 "애니콜"이라는 히트상품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힛트상품의 뒤엔 언제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 있기 마련.

그 비결은 무엇일까.

모토롤라는 휴대폰 시장에서 일종의 "가수요 유발전략"을 썼다.

공급물량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항상 모토롤라 휴대폰이 부족한 상황을
만든 것.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우위에 기초한 전략이었다.

반면 삼성은 양산체제를 기반으로 대리점을 장악하며 풍부한 물량을
공급하는 유통전략을 택했다.

또 셰어에서 절대적인 불리한 입장이면서도 모토롤라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에 제품을 내놓는 "고가전략"을 유지했다.

제품의 품질이 뒤질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매년 1백%씩 폭발적으로 늘어난 휴대폰 시장은 결과적으로 삼성의 손을
들어주었다.

"꿩 대신 닭"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실제론 "닭"이
"꿩"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나아가 한국지형에선 애니콜이 더 "강하다"고 인정하게 됐다.

삼성의 우위를 공고히 만드는 결정타가 된 셈이다.

이제 삼성은 공격에서 수비로 입장이 바뀌었다.

모토롤라뿐만 아니라 현대 LG등 국내 도전자들의 공세에도 대처해야
한다.

휴대폰 시장이 한층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