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국교수립후 처음 이루어지는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중경협 확대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최근 중국의 투자환경은 외국인투자에 대한 각종 혜택이 줄어드는 등 국내
기업들의 진출초기에 비해 덜 우호적인게 사실.

하지만 10억인구로 대변되는 엄청난 잠재수요와 풍부한 노동력만으로도
중국은 여전히 국내기업들에게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국이다.

특히 요즘은 대기업들의 대중진출전략이 지주회사 설립과 중국내륙진출
등 한단계 높은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금까지 국내기업들의 대중진출이 계열사 단위의 "각개약진" 형태였고
진출지역도 발해만 등 연해지역에 집중돼왔던 것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이중 지주회사는 중국정부가 외국인투자기업들에게 산형기업(지주회사)설립
을 권유하고 있는데 따른 것.

중국정부는 외자유치확대를 위해 올들어 지주회사설립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미,일기업을 중심으로 1백여개 지주회사가 설립됐다고
한다.

한국기업으로는 LG그룹이 지난 8월31일 처음으로 "LG전자 중국유한공사"
(대표 노용악)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 3천만달러로 설립된 이 회사는 LG전자가 중국내에 운영중이거나
건설중인 10여개의 생산법인과 앞으로 설립될 신규법인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주)대우도 지난 10월 자본금 3천만달러의 "대우중국유한공사"에 대한
한국은행의 투자승인을 얻었다.

대우는 이 회사를 통해 현재 중국에 설립돼 있는 17개 현지법인을 통합
관리하는 한편 앞으로 3년내 54건의 신규투자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도 지난 9월중순 중국에 관련인력을 파견,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사전조사작업을 벌였다.

삼성은 당초 삼성물산을 설립주체로 내세울 예정이었다가 최근 삼성전자쪽
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내에서의 사업전개방향이 주로 전자쪽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지주회사설립에 나서는 첫째 목적은 현지법인 생산품의
통합판매를 통해 마케팅능력을 강화한다는 것.

현재 중국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냉장고공장은 냉장고만, TV공장은
TV만 판매하는 식으로 판매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지주회사에 한해서만은 여러품목의 판매활동을 허용,
통합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것이다.

지주회사설립의 두번째 목적은 현지 투자법인간의 외환평형 관리다.

중국은 외환규제가 매우 까다로와 수출이 잘안될 경우 원자재수입대금이
달려 사업이 더욱 위축되는 식의 악순환이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나면 수출이 잘되는 회사의 외환을 그렇지
못한 회사가 끌어쓸 수 있게 된다.

한편 국내기업들은 종합상사들을 중심으로 중국내륙시장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사천성내 성도 등 내륙지역 9곳에 사무소를 확보해 놓고 있는 (주)대우가
대표적 사례.

이 회사는 지난 10월 남경판유리공장을 가동하고 성도 등 사천성내 4개
노선을 운행하는 고속버스사업도 개시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조선족 현채인 27명을 내륙시장개척요원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93년 중경에 연락사무소를 열어 사전정지작업을 해온데
이어 올들어 운남성 호북성 호남성 서성 등에서 시장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차로 곤명 장사 무한등에서 현지인을 채용, 연락사무소 개설을
추진중이다.

LG상사는 장강 유역을 따라 내륙방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아래
남경 무한 성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 현채인을 상주시키고 있다.

LG는 앞으로 내몽골 및 동북지방의 변경무역을 중점사업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주)선경도 지난해 성도 무한에 지사를 설립한데 이어 내년까지 중경등
주요 거점지역에 지사망을 확보할 예정이다.

대기업들이 중국내 거점을 이처럼 내륙으로 확산해 가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중국정부로서는 내륙과 연해지역간의 경제적 불균형 해소를 위해 내륙지방
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절실한 실정이다.

또 외국기업들은 중국내륙이 지닌 거대한 잠재수요를 외면할 수 없다.

굳이 수요문제가 아니더라도 중앙아시아등 주변국으로의 진출기지로서만
으로도 중국내륙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와관련 업계관계자는 "지주회사설립과 내륙시장 진출은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화한다는 한국기업들의 전략이 본격화되는 신호탄"(구자일
(주)대우이사)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