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KOEX에서 열린 군수산업전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전시품은 KTX-2로
명명된 고등훈련기의 모형이었다.

전투기도 아닌 훈련기 모형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진행중인 KFP사업의 후속사업으로써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해 생산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기종이기 때문이다.

KTX-2기는 말이 훈련기지 사실은 경전투기다.

상당량의 무기탑재가 가능하고 실제로 전투를 수행할 수도있다.

말하자면 국산 전투기시대를 활짝 열어줄 기종이 KTX-2라는 얘기다.

KTX-2는 동시에 한국의 항공업계가 국제항공시장에 최초로 선보일 전투기
(급)로 기대되는 기종이기도 하다.

그런점에서 보면 이 모형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KTX-2를 실제 생산하기위해서는 그러나 넘어야할 고개가 엄청나게 많다.

국내 항공기술수준이 기체를 제작 조립하고 부품을 공동생산할 수있는
단계에 와있고 항공전자의 소프트웨어 정비기술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정도다.

따라서 90년대말까지는 국산 F-16기를 생산하는데 매달릴 수 밖에 없다.

F-16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항공기기술을 한단계 격상시켜야만 KTX-2의
생산으로 넘어갈 수있다.

물론 50억달러나 들여 추진하고 있는 KFP사업 덕택에 99년께가 되면 KTX-2
(고등훈련기)생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우선 필요한게 항공산업의 집중화다.

국내 항공업계는 현재 KTX-2사업과 1백인승급 중형항공기 개발사업등 양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워낙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데다 전문인력도 부족해 두개의 거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중형항공기사업은 민수부문
에 속하지만 일단 유사시에는 군용기로도 응용개발할 수 있다.

때문에 국내항공업계로서는 민수와 군수간의 구분없이 이 양대 개발사업에
골고루 생산역량을 안배해야할 형편이다.

이를 위해 항공분야의 거대프로젝트를 조정해줄 수 있는 정부의 효율적인
항공산업정책이 시급히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컨대 항공기기술인력을 공급해주는 전문기술자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개발소요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금을 만드는 문제에 관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항공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담당기관으로서 가칭 "항공우주
사업기획단"을 만들어 난립해 있는 국내 항공기, 부품업체들을 전문 계열화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KTX-2사업이 종료될 2020년께부터는 첨단 전투기를 국내
생산하는 주도적 생산단계인 KFX-1사업에 돌입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때는 설계에서부터 군수지원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100% 국산 기술을
보유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005년에는 1백5억달러어치의 완제기를 생산해 세계 10위권의 항공
공업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발전전략을 갖고 있다.

이같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산전투기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항공업계가 부닥칠 수 있는 한계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상의 지원이 속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항공기시장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전세계 수출시장의 규모가 거대해서 오는 2015년까지의 국내외 잠정수요가
9백50대에 달할 것이라는 록히드마틴사의 전망도 나와 있다.

"KTX-2는 기존의 고등훈련겸 경공격기로 운영되는 T-38(F-5)이나 호크기
등에 비해 성능이 우수해 동남아국가등 세계각국의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오창석 삼성항공전략기획실이사)

항공산업의 육성은 그런점에서 국방산업이라는 측면외에도 수출산업의
육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항공업계의 집중화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