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량수출을 앞두고 있는 수출업체들에 환율비상이 걸렸다.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경상수지적자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수출경쟁국인 일본의 엔화는 최근 급격히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의 급격한 약세는 일본 수출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줘 우리 수출
업체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당 엔화환율은 4일 1백3.88엔을 기록했다.

석달전인 8월초의 90엔선과 비교해 보면 약 15% 오른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일본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3개월만에 15%가량 향상된
것으로도 볼수 있다.

반면 달러당 원화환율은 8월초 7백56원선에서 최근에는 7백70원선으로
1.9%가량 올랐다.

환율변동으로 인한 가격경쟁력향상도 그 정도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달러당 원화값을 달러당 엔화값으로 나눠 결정하는 재정환율인 원-엔환율의
변화를 봐도 이같은 추세는 분명하다.

1백엔당 원화환율은 8월초 8백60원선이었으나 최근에는 7백40원선으로
15%가량 내렸다.

원화강세와 엔화약세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3일의 1백엔당 원값인 7백39원32전은 작년 2월 5일(7백39원22전)이후
21개말월만의 최저수준이었을 정도다.

이런 환율차이는 곧바로 수출업체의 타격으로 이어진다.

올해 당초 7.3%대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국은행)됐던 우리 경제가
상반기 급격한 엔고로 인한 수출확대로 9.3%선의 성장율을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업체들은 이미 환율경쟁력을 등에 업고 수출가격을 내리는등
국내 수출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의 최대 자동차생산업체인 도요타는 지날달초 소형차종인 터셀(1천3백-
1천5백CC)의 수출가를 5% 인하 했고 혼다도 수출주력차종인 시빅(1천5백-1천
8백CC)을 도요타와 같은 수준인 5% 내렸다.

이들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고 있는 소형차종들은 현대 기아 대우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주력수출품들이어서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주문이 밀려있어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수출가격 인하효과가 잘 나타나고 않고 있지만 연말부터는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밝혔다.

이같은 어려움은 자동차뿐아니라 일본이 주요 경쟁대상인 조선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두루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엔화가 당분간 강세로 전환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가뜩
이나 "활황국면의 끝"에 들어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국내 경기의 급격한
위축까지도 우려된다.

문병수조흥은행외화재무팀장은 "엔화약세는 일본금융기관들의 연쇄파산으로
"저팬프레이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금융기관의 신용도가 떨어지는
등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는데다 미국의 경쟁력강화로 달러가 강세기조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재계에선 달러당 엔화가 1백5엔이상으로 올라가면 기업들이 경영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환율만 올라가고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마지노선은 이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

재계관계자들은 "기업들은 요즘 엔저와 원고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핫머니유입등 자본수지흑자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정부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들의 수출경쟁력강화를 위해 정부의 실효성있는 환율정책이 어느때
보다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