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경제계 중진회의는 비공개로 당초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인
2시간25분동안 진행돼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

이날 회의는 예정시간보다 25분 늦은 오전11시25분께 전경련 회관 19층
중국음식점 도원에서 시작됐다.

최종현전경련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각 참석자들이 현사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뒤 대국민사과성명의 문안을 수정하는 순으로 진행.

특히 자구수정시에는 실무자들이 바쁘게 회의실을 드나드는등 성명문안을
고치는 문제로 적잖이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

한 관계자는 "총수들이 모두 한사람씩 의견을 개진한뒤 준비된 문안에 대해
독회를 거치느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

<>.회의가 길어지자 참석자들은 오후 12시 50분께 짜장면으로 점심을
때우면서 오찬을 겸한 회의를 강행.

김상하대한상의회장은 지방출장때문에 회의 중간에 공항으로 향했다.

<>.대국민 사과 성명문에 당초 예상과는 달리 비자금 파문이 더이상
경제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될 것이라는 재계의 바람이 빠져 있는 대신
김영삼대통령 집권후에는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문구가 들어 있어
눈길.

<>.한편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모그룹회장은 "말로만 사과할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재계가 진정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는 절대 이런 사태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언.

또 다른 회장은 "김영삼대통령이 정치자금을 안받겠다고 한 말을 국민들이
곧이 듣지 않고 있다"며 "어떤 기업도 문민정부에 정치자금을 준 사람이
없다는 점을 우리 입으로 직접 확인해 주자"는 견해를 제시했다.

또 한 참석자는 "과거에 청와대에 돈을 갖다주고 싶어 가져다 준 회장이
누가 있겠는가"며 "내가고 하니까 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회장들은 "이번 사건이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당장 해외에 나가 사업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조기수습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현전경련회장은 회의예정 시간 30분전인 오전 10시30분에 여의도
전경련회관에 모습을 나타냈으며 이어 5분뒤에 이건희삼성그룹 회장이 도착.

최회장은 사진기자들을 위해 두차례 포즈를 취하며 다소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으나 어떤 입장을 밝힐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나중에 공개할
것"이라며 직답을 회피.

이삼성회장도 역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의실로 들어가 최회장과 담소.

회의개시 시간이 임박해서 속속 도착한 다른 총수들도 굳은 표정을 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

<>.김우중대우그룹회장과 정태수한보총회장을 비롯 재계 총수 13명이 해외
출장과 개인적인 약속을 이유로 불참.

김대우회장은 현재 폴란드에 체류중으로 김회장 대신 이경훈 (주)대우회장
이 참석.

정한보총회장은 지난 2일 독일 합작업체와의 회의를 위해 충남 당진으로
내려가 회의에 불참.

또 노씨의 비자금 관리와 은닉처로 의심받고 있는 동방그룹의 신명수회장은
"비자금과 관련돼 여러가지 의혹을 받고 있는 터에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이밖에 구본무LG회장 박성용금호회장 강신호동아제약회장 김중원한일회장
최원석동아회장 조중건한진부회장등은 해외출장중이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
하지 못했으며 김승연한화회장 현재현동양회장 김희철벽산회장 김만제포철
회장등은 개인사정과 선약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