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파문과 재계가 엄청난 풍격에 휩싸여 있는데도 침묵을 지켜오던
전경련이 3일 긴급 경제계중진회의를 열고 재계입장정리에 나선 것은 재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전경련은 최종현회장이 김영삼대통령의 캐나다 미국순방에 수행중이었고
황정현부회장이 한.이스라엘경협위참석차 해외출장중에 있어 지도부공백으로
초기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같은 침묵을 깨고 전경련이 신속한 ''대국민사과선언''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사태가 더 이상 확산될 경우 경제전반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우려가 크다는 재계의견이 비등했기 때문.

이같은 재계의견이 미국에 있는 최회장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됐고 최회장
이 신속한 대응책마련을 결심, 30대그룹 총수들이 참석하는 경제계중진회의
를 통해 재계의견이 집약된 ''대국민사과->정경유착고리단절및 자정결의''
수순의 입장을 정리키로 했다는 것.

이에따라 최회장은 귀국을 이틀앞둔 지난1일 오전 미국현지에서 전경련
사무국에 다른 경제단체및 30대그룹총수가 모두 참여하는 범경제계 긴급회의
소집을 지시.

최회장은 회의를 하루 앞둔 2일 밤 미국에서 급히 귀국, 곧바로 귀가해
전경련및 그룹관계자들로부터 그동안의 사태진전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책을 논의.

이날 회의에는 김상하 대한상의회장, 구평회 무협회장 등도 참석한 것을
감안해 범경제계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할 계획이었다가 마지막 순간에
전경련회장단 명의로 발표하기로 결정.

이는 정치자금의 대부분이 30대그룹을 통해 흘러갔고 이들이 전경련회원사
인 만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차원에서 전경련회장단의 명의로 사과문
을 발표하게 됐다는 것.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