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페이의 도심한복판 충시아로에 자리잡은 태평양소고백화점.

대만 최대의 백화점이자 대만이 지난87년 유통시장의 빗장을 완전히
열어젓힌후 외국자본이 최초로 참여한 이백화점에서는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대규모의 추동일본상품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초염가판매 또는 사은품증정등의 문구를 앞세우고 대만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일본상품들의 종류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라면, 통조림등의 값싼 가공식품에서 코끼리표밥솥과 컴퓨터, 오디오
등의 고가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일본상품들이 지하2층에서
지상10층까지의각매장을 가득히 메우고 있다.

"좋은 상품을 값싸게 살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상품의 국적을 따지지
않습니다.

외국자본이 운영하는 백화점이라는데 대해서도 굳이 구별을 두지 않지요"
(로이 왕(왕문국)태평양소고백화점 부사장)

시장개방후 9년을 맞은 대만 유통업계의 현주소는 왕부사장이 스스럼없이
털어놓은 말 한마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소매업외자도입허가, 다시말해 유통시장전면개방조치가 단행된
지난 87년부터 일본의 대형백화점들은 소고를 시발로 줄줄이 상륙하면서
대만유통업계를 초스피드로 잠식해왔다.

대만굴지의 건설업체인 태평양건설이 일본의 소고백화점과 51대49의
비율로 합작설립한 태평양소고가 영업개시(87년11월)후 만9년만에 40여
대만백화점중 최대업체로 올라선 것을 비롯, 신광삼월, 영치동급등 일본계
백화점들은 모두가 매출경쟁에서 대만업체들을 제치고 상위랭킹을 차지하고
있다.

북시백화공회에 따르면 5개 일본백화점들은 지난한햇동안 타이페이지역의
전백화점매출 1조2천6백억원중 무려 40%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대형유통자본이 합작형태로 참여한 회원제창고형
할인점 마크로와 카푸 역시 빠른 속도로 대만유통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88년에 문을 연 마크로는 6개의 매장을 운영중이며 카푸는 9개의 매장을
개설, 상품및 가격경쟁력에서 뒤지는 대만의 소형유통업체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6천2백여개의 점포가 치열한 출점경쟁을 전개중인
편의점업계는 통일기업이 브랜드를 도입한 세븐일레븐이 9백43개의 점포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을 비롯, 훼미리마트 서클K 니코마트등 미, 일의
빅브랜드들이대만시장을 휘젓고 있다.

제조업의 자립기반이 취약한 태국은 다이마루, 소고, 도큐등 일본계
백화점들이 힘을 잃고 있는 반면 마크로와 카푸를 앞세운 할인신업태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태국 굴지의 CP그룹이 네덜란드의 SHV홀딩스와 51대49의 비율로 합작
설립한 마크로는 89년개점후 불과 5년만인 지난한햇동안 25억바트(한화
약7백80억원)의 매출을 기록, 외형경쟁에서 태국최대의 백화점인 로빈슨을
바짝 따라 붙고 있다.

8개의 매장을 운영중인 마크로는 방콕 북부지역에 자리잡은 챙와타나점의
경우 4천여평에 달하는 초대형창고형매장을 연중무휴로 열어놓고 소비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아루니 트라이로 태국소매업협회이사는"백화점업계가 성숙기를 맞은 반면
할인점들은 저가공세를 앞세워 앞으로 연평균 20%이상의 매출신장을 지속",
태국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상륙에 대해 거의 아무 제한을 가하지 않고 있는 싱가포르는
일본계 백화점이 전체시장의 절반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

페네로페 푼 싱가포르소매업협회상무는"할인신업태가 디스카운트스토어를
중심으로 일부 선보이긴 했으나 소비자들의 백화점선호도가 워낙 높아
별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최대업체인 다카시마야를 비롯한
일본백화점들의 독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