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1월 저점을 지나 30개월 이상 활황세를 보여온 경기가
수그러들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약간의 기복은 있었지만 상승일로를 유지해온 주요 산업생산지표가
9월들어 일제히 증가율이 둔화되는등 상반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비자금 정국이 경제계를 강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위축기미를 보이고 있어 이같은 상황이 자칫 경기의 급랭으로 번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마져 대두되고 있다.

9월중 산업생산 동향은 한마디로 소비 투자등 수요부문의 급격한 위축,
생산과 출하등 공급부분의 증가율 둔화로 요약할수 있다.

특히 투자부문 위축은 지난 8월과는 또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서
주목된다.

재정경제원은 지난달 "8월중 건축허가 면적이 19.6% 감소했지만 건설
경기를 포괄적으로 대표하는 지표는 국내건설수주"라며 당시 건설수주가
20%증가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건설경기 위축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9월중 건설수주 증가가 3%대로 내려감에 따라 정부의 이같은
설명은 더이상 설득력을 잃게됐다.

생산 소비부문에서도 8월과는 상황이 다르다.

8월중 생산 증가율은 13%,소비 증가율 7.5%였다.

지난달 정부는 "이들 지표가 비교적 높은 상태인데다 민간소비의 경우
당분간 완만한 확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9월중 생산증가율은 11.4%,내수소비증가율은 3.4%로 8월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와관련, 조휘갑 통계청 통계조사국장은 "현재 경기는 상반기보다는
위축되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확장국면의 지속이라고 보아야하며 내년
성장률이 7-8%대를 유지한다면 연착육(soft landing)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비자금파문으로 경제가 뒤숭숭한 시점에서 경기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자금파문에 따른 재계 금융계의 충격에 경기위축이 겹쳐질 경우 자칫
경기가 ''추락''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게다가 삼익의 부도를 비롯,중소건설업체의 도산과 미분양사태가 이같은
경기 급랭을 부채질 할 소지도 있다.

특히 올들어 9월까지 부도업체수가 지난해보다 31%이상 늘어 이미 1만개
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얼마전 내놓은 경기전망에서 "중소기업도산등 경기
양극화 현상이 경기위축과 맞물릴 경우 급속한 경기침체의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더욱이 비자금사태로 정책공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달초부터 경제정책의 이슈로 떠오른 정부의 미분양아파트 해소책이
아직 발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에 속하며 규제완화나 금융제도
개선책 등도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급속한 경기침체를 막고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치적
혼란으로부터 경제를 보호하겠다는 소신을 보여야 한다는게 경제계의 주장
이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