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최근 "스타지오팀"이라는 이색적인 팀을 구성했다.

"우주의 정기를 지구에 전하는 해결사"라는 이름의 이 팀에는 일정하게
주어진 업무가없다.

정해진 근무시간도 없고 복장도 자유다.

그렇다고 일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 사냥"이 이팀에 부여된 임무다.

오로지 아이디어만 찾으면 된다.

예산도 무한정 지원된다.

이들 아이디어 사냥꾼들은 면도도 안하고 청바지 차림에 노트북컴퓨터를
들고 길거리로 나서는 것이 예사다.

이른바 조직내의 "별동대"인 셈이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 이같은 "별동대 조직 만들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

기업들이 아이디어 활용을 이미 필수 생존전략으로 인식하고 있어서다.

실제로정보통신등 뉴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아이디어 싸움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각 기업체들도 신사고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 게릴라"조직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특수팀의 조직은 기존 조직의 파괴와도 연결된다.

"스타지오" "타임머신" "미러팀" "유레카" "드리머팀"등으로 불리는 이
팀들은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의 하나로 등장한 외인부대들이다.

이들 별동대원들에게는 화이트 칼라와는 전혀 다른 부류의 직장인이라는
의미에서 "골드칼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골드칼라"의 진출이 가장 두드러진 기업은 삼성그룹이다.

삼성물산은 지난6월초 사장의 특별지시로 "애드호크팀"이라는 태스크 포스
를 조직했다.

인사 재무 경리 심사 법무 조직문화부문에서 모두 7명의 인원이 뽑혔다.

이 팀은 영업부서가 추진하는 주요 프로젝트에 대해 통합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이 팀의 활발한 "영업"덕택에 과거 영업부서가 해외에 공장을 지을 때
자금부나 경리부등을 일일히 뛰어다녀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지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애드호크팀"외에도 마케팅 분야에 "테크노밸리" "넥스트
웨이브" "쌩상팀" "레자만 우노"등 별동대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92년 상품기획센터내에 "타임머신"이라는 팀을 만들었다.

이 팀이 하는 일은 신상품이나 신규사업에 관련된 획기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의 수집.

팀원들은 하루 온종일 "신선한 사고 짜내기"에 매달린다.

초기에 9명이던 팀원도 현재 16명으로 불어났다.

내년에는 이를 20명선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그 만큼 회사가 아이디어 발굴에 "혈안"이 됐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타임머신"의 최방섭팀장은 "타임머신팀은 모든 일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근무시간이나 복장 장소등도일의 형태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경우 "하이컬쳐 창조팀" "하이 크리에이터팀" "미러(mirror)팀"등
다양한 별동대 조직을 갖추고 있다.

아이디어 발굴과 함께 조직의 체질자체를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다.

지난 3월 신설된 "하이컬쳐 창조팀"은 사내 재주꾼을 발굴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사내에 숨은 인재를 찾아내그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있다.

"하이 크리에이터팀"은 그룹의 CI(기업이미지 통합)변경후 새로운 기업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생겨난 팀이다.

고객과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광고 관련 아이디어 제안, 고객 서비스
방안 수립등이 주업무다.

팀원은 사내공모를 통해 선발했다.

이 팀은 사무실의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책을 부르는 대신
서로 오빠 동생하며 지낸다.

거울을 의미하는 "미러팀"은 거울에 비춰보는 것과 같이 자사제품을 상세히
모니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전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주부와 여대생등이 팀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미원의 "드리머팀"도 대표적인 "기업 게릴라"조직이다.

회사측은 이팀에게 특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자율적인 출퇴근은 기본이고 개인별 법인카드까지 지급한다.

독자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사무실도 본사와 떨어진 잠실의 오피스텔에
마련했다.

드리머팀원들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든지 전세계 어느곳이라도 달려
간다.

"드리머팀"의 직속상관은 사장뿐이다.

제일제당의 "유레카팀"도 기업내 아이디어의 산실이다.

주로 식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발굴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해 팀원도 모두 대리급 이하의 신세대
젊은이들로 구성했다.

"유레카팀"은 지금까지 타이어 펑크를 알려주는 경고음장치와 스위치를
켜면 여러 색깔로 바뀌는 요술전구등상품화할만한 아이디어를 적지 않게
발굴해 냈다.

이밖에 동방기획의 "신세대팀" 대우전자의 "상품평가연구팀" 빙그레의
"CNN팀" 금강기획의 "비전 21추진팀" 제일모직의 "토파즈" 현대전자의
"제도개선팀"등도 "아이디어 전쟁"에 착출된 각 기업의 정예부대들이다.

<이건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