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시작된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수사가 30일로 열흘째 접
어든다.

특히 이번주는 전직대통령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일대사건이 벌어지는 역
사적인 한주가 될 전망이다.

또 월요일인 30일에는 노전대통령이 재임중 조성한 비자금 내역에 관한 소
명자료가 검찰로 넘어오는 스케줄도 잡혀있어 전국은 또한번 술렁이게 됐다.

검찰은 이번주가 주는 의미를 감안한 듯 일요인인 29일 현재 대검중수부 1
과소속 수사검사로 한정돼있는 수사체계를 3과까지 확대개편하는 등 "폭풍전
야"를 준비하는 분위기이다.

이번주를 스케줄로 보면 우선 노전대통령이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
소명자료"의 내용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어떤 내용이 얼마만큼 상세히 담길 지 궁금증이 더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노전대통령측의 소명자료내용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다
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전대통령과 검찰간의 실무창구를 맡은 김유후전청와대사정수석(현변호사)
은 "비자금은 기록으로 남길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상황으로는 노전대
통령의 기억에 의존, 매년 얼마씩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추산할 수 밖에 없
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검찰은 여권의 채널을 통해 노전대통령이 소명자료에서 소상한 내
용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결국 소명자료는 참고로 하고 대신 검찰수사결과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다.

전직대통령인 만큼 소명자료 제출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이상의 의미
는 없다는 얘기이다.

물론 돈의 출처와 사용처에 대해 충실히 소명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만 설사 미흡하다하더도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기에 앞서 일단 서면으로 나마
해명기회를 줬다는 모양새는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소명자료를 정밀 검토한 후 즉시 노전대통령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소명자료를 토대로 비자금의 전체규모와 용도, 조성경위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를 1차조사라고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1차조사결과 검찰수사결과가 상이할 경우 2차로 노전대통령을 조사
한다는 강한 방침을 세워둔 상태이다.
안강민대검중수부장은 이같은 두차례조사 가능성을 29일 분명히 밝혔다.
검찰은 1차조사에서는 "대어"를 낚을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노전대통령의 입에서 소명자료 이상의 것이 나오기는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
다.
검찰은 또 이번주에 기업의 비자금제공과 전달경위 등에 대해서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계좌추적 과정에서 돈세탁이 되지 않은 뭉칫돈들을 발견, 이
돈의 출처를 쫓아가본 결과 이미 몇개의 대기업들에서 혐의를 발견한 것으
로 알려지고있다.

기업에 대한 수사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주변에서는 노전대통령의 자금을 관리해준 기업명과 돈을 건넨 기업인
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기업인에 대한 조사는 곧 노전대통령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이번주는 많은 기업인들이 검찰이 짜 놓은 시간표에 따라 줄줄이 서초
동으로 불려오는 한 주가 될 수도 있다.

검찰은 현재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에 연루된 기업인들의 명단인 "노태우 리
스트"를 작성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노전대통령과 기업인들에게 적용할 관련 법률을 다각도로 검토하
고 있다.

소명자료제출과 노전대통령 및 기업인 소환조사의 수순을 밟은 뒤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 적용법률을 최종 확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용법률은 특가법상 뇌물수수가 될지 정치자금법이 적용될 지도 이번주에
결정되는 것이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