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에 국내은행들이 줄줄이 그리고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번 서석재전총무처장관의 비자금발언 파문때 제기됐던 것처
럼 외국계은행들이 관련됐을 가능성은 없는가하는 의문이 일부에서 제기되
고 있다.

그동안 행정당국은 물론 사법당국도 쉽게 통제하기 어려운 일종의 성역으
로 인식되던 외국계금융기관이라면 검은돈이 숨기에 더욱 좋은 여건이 조성
됐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추측이다.

특히 노전대통령의 딸 소영씨의 미국에서의 불법자금소지사건때 스위스은
행이 관련됐다는 설이 무성한 상태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외국계은행 국내지점들의 시각은 틀리다.

우선 씨티은행을 제외하면 수신업무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은행이 없어
거액의 비자금을 받는다는 것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

국내에 진출한 대부분 외국은행들의 주업무가 대기업에 대한 대출로 이에
수반된 수신업무밖에 취급하지 않고 수신금액도 적은 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들은행의 소속국가들이 탈세 뇌물수수 돈세탁을 주요
범죄로 취급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사회풍토와 금융관행자체가 판이하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한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의 돈세탁관련사실에 대해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돈세탁관련범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미국형법은
해외에서도 적용될 정도로 강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불법적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자금은 절대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외국계은행에서도 고도의 금융기법을 동원,기업거래등을 가장한
다양한 편법을 개발하곤 한다는게 내부직원들의 얘기다.

그러나 적어도 비자금을 어설프게 쌓아두거나 실정법에 걸리는 행위를
했을 가능성은 적다는게 금융관계자들의 시각이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