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동의원(민주당)이 25일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억-40억원이 어음과 양도성 예금증서(CD)로 동양생명보험 서초영업국에
입금됐다고 주장함으로써 CD가 다시 비자금의 은신처로 지목되고 있다.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때마다 CD는 검은돈의 단골 은식처로 거론돼 왔다.

때문에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중 상당수가 CD에 숨어 있을 것으로 금융계는
추정해왔다.

그러나 "심증"만 있었지 "물증"이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동안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이 CD로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단초는 여러번 있었다.

첫번째는 지난 93년 8월 금융실명제 실시 직전.서울 명동의 사채시장에선
수천억원어치의 CD가 대량으로 덤핑할인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당시 사채업자들은 "CD소유주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채 액면가의 90%가량만
받고 CD를 팔겠다는 제의를 해오고 있다"며 "그러나 팔려고 내놓은 CD가
워낙 거액이어서 살려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었다.

이같은 CD 덤핑판매 제의는 실명제가 실시된 93년 8월12일 직전 3-4일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된 뒤에 금융계에선 금융실명제실시를 낌새챈
거액의 전주가 서둘러 이를 현금화하려한 것으로 풀이했었다.

"특급정보"를 알수 있고 수천억원의 자금을 갖고 있을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전직대통령이란 게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두번째 단초는 실명제이후에 나타났다.

실명제 실시이후 CD는 한동안 거래가 뚝 끊겼다.

그러나 10여일이 지나면서 사채시장에는 거액의 CD가 대량으로 다시
나돌았다.

이때 소유주가 요구한 금액은 액면가의 70-80%선.실명제이후에도 만기가
돼 현금상환을 받을때만 실명을 확인을 하면 된다는 CD의 허점을 충분히
이용한 방법이었다.

사채업자들은 자금의 출처를 댈만한 사람의 이름을 빌려주고 그에 대한
댓가로 액면가의 20-30%를 챙길수 있었다.

금융계에서는 이때 CD 덤핑판매에 나선 사람도 다름아닌 노전대통령
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런 단초로 미뤄볼때 노전대통령이 아직도 현금화하지
못한 상당액의 CD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기가 됐지만 아직 찾아가지 않은 CD가 상당수인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현금화한 돈중 일부로 CD를 재매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금융상품의 특성상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을수 있는 최대한의 상품이
CD이기 때문이다.

CD는 만기 이전에 언제라도 유통시장에서 무기명으로 사고 팔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실명제하에서도 최초 매입자와 만기 현금상환자만이 실명을 확인하면
된다.

중간에 CD를 사는 사람도,파는 사람도 신분을 밝힐 필요가 없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B은행에서 CD를 매입한뒤 C와 D라는 사람을 거쳐
E라는 사람에게 넘겨졌다고 치자.

이럴 경우 A와 E라는 사람만 신분이 노출될뿐 C와 D라는 사람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CD만기는 30-270일이다.

최저 금액은 2천만원이상 제한이 없다.

따라서 거액의 돈이라도 얼마든지 신분을 숨기고 보유할수 있는 상품이
CD라는게 금융계의 설명이다.

이로 미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중 상당액은 CD에
감춰져 있으며 검찰이 수표추적을 하더라도 쉽게 밝혀내지 못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