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받은 수표를 이현우전경호실장에게 건네
줬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검찰이 이 수표를 추적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다.

수표만 추적된다면 돈을 준 기업주와 최종사용처가 쉽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수표추적은 사건해결의 열쇠가 된다.

수표추적조사는 어떻게 이뤄질까.

수표추적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은행에서 발행된 수표가 누구의 손을 거쳐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가를
수표일련번호와 뒷면에 이서한 사람의 이름을 추적, 밝혀내는 것이다.

수사기관은 이를 위해 은행에 보관된 수표마이크로필름을 일차로 판독한 뒤
칡뿌리를 찾아 땅을파들어가듯 수표의 족보를 역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흔히 은행감독원의 협조를 얻어 돈줄기를 찾는다.

거액뇌물수사때마다 검찰이 은행감독원의 전문가파견을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은행감독원의 수표추적방법은 잔액조회 입출금내역조사 자원
조사(출처조사)등 3단계로 이뤄진다.

전동화은행장 안영모씨 구속사건에서 안씨 전가족에 대해 이 3단계조사가
이뤄졌다.

이렇게 되면 돈을 제공한 사람은 물론 자금을 받은 상대자에 대한 조사도
똑같은 방식으로 실시된다.

수표추적이 큰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현정부초기 사정정국에서
꼬리가 잡힌 군인사비리사건이 꼽힌다.

수표로 인사청탁을 한 사람이 진급대상에서 제외된 뒤 건네준 수표의 일부
를 돌려받았는데 이 수표들이 건네줄 당시 수표번호와 달랐을뿐 아니라
승진한 다른 사람의 계좌에서 나온 것이 확인됐다.

수표추적은 이처럼 잘만하면 단 한번의 추적으로 여러 건의 비리내용을
무더기로 건질 수 있다.

그러나 수표추적은 중간단계에서 혐의자들이 사용한 수표현금화 수표
바꿔치기소액쪼개기 등에 막혀 좌절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요즘 수표추적은 그래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