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채용의 세계화를 앞당긴다" 지난 21일,22일 이틀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95 국제채용박람회(95 인터내셔널 커리어포럼)"에 한국기업이
처음으로 참여하는등 한국기업들의 인력채용방식에도 세계화바람이 일고
있다.

기업의 세계화는 인력의 다국적화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명제아래
"현지인력의현지조달"을 모색해 왔던 국내기업들이 이번 베를린 국제채용
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우수한 한국인유학생들을 비롯한 해외인재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올해로 6회째를 맞는 베를린 국제채용박람회는 기업들이 매년 국내
대학졸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왔던 취업설명회와는 달리 한국어를 포함해
적어도 2개국어 이상을 능란하게 구사할수 있는 우수해외인력을 확보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 국내기업 인력구조의 세계화를 앞당길수 있는 장으로서
관심을 끌어왔다.

한국경제신문과 업무제휴관계를 맺고 이번 베를린 국제채용박람회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주선했던 코리아플레이스먼트사의 이노익사장은
"한국기업의 국제화는 해외우수두뇌를 확보, 현지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며
"이번 베를린 국제채용박람회는 미국과 일본에서 얻지 못하는 유럽특유의
기술문화에 익숙한 인재를 확보할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베를린 국제채용박람회에 참가한 국내업체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이동통신등 3개업체.

이들이 설치한 상담실에는 유럽각지에서 유학중인 한국학생과 동구권을
중심으로한 외국유학생등 5백여명이 몰려들어 특히 성황을 이뤘다.

독일의 경우 재독 한국과학기술자협회 김재긍회장이 직접 나서
베를린공대, 아헨공대등 독일의 유명대학에 유학중인 한국인학생의 취업을
주선했고 헝가리부다페스트무역대학 한국어과의 우쉬와트 가보르교수는
제자 3명을 한국기업에취업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기도 했다.

박람회장을 찾은 외국대학생들도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한국기업설명회를
끝까지 지켜보는 열의를 보였다.

세르비아 노비사드대학 전자과 출신의 그라보 바크형제는 한국이동통신에의
취업가능성을 타진했으며 헝가리무역대학 출신 클라우디아 로미니양은
"한국기업에 들어가 평소에 익힌 한국어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말했다.

상담을 맡았던 기아자동차의 곽호택인사관리담당자는 "이틀간 기아자동차
상담실을 찾은 취업희망자중 절반은 외국인학생이었다"며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인학생들의 관심도를 전했다.

또 어릴때 유럽으로 이민온 이른바 이민 1.5세 교포학생들도 상당수
한국기업 상담실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11세 때 독일로 건너와 베를린THF에서 전자계산학석사학위를 받은
김종화씨(31)는 "현재 컴퓨터네트워크부문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독일기업들로부터 스카우트제의를 받아놓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하고
"한국인으로서 한국기업을 위해 일하고 싶어 지원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영국에 이민와 임페리얼대에서 물리학박사학위를 받은
김민중씨(31)는 자신의 전공인 레이더이용 정보수집기술을 활용할수 있는
방안이 없느냐며 참여기업에 문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기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자 인사담당자 기술개발담당자
그리고 현지전문가등 3인으로 구성된 3사 스카우트팀들은 구체적인
채용조건을 제시하며 자신들이 필요로하는 인력을 선별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영국 옥스포드대학 물리학과출신등 자사가 요구하는
전공과 다소 차이가 있는 우수취업희망자들에게 현대전자등 그룹계열사를
소개하는 순발력을 보이기도 했다.

기아자동의 임철호중앙기술연구소부장은 "유럽의 경우 화학공학전공자라도
우리와는 달리 대학 2학년까지를 컴퓨터시뮬레이션을 배우는등 기초기술에
대한지식의 폭이 넓고 현장응용능력도 뛰어난 것 같다"며 "한국유학생외에도
러시아등지에서 온 좋은 인재를 많이 발견했다"고 만족해 했다.

한국이동통신의 정태수인력본부장은 "학업중인 유학생들중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상당수 만나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릴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본부장은 또 "당장의 인력충원도 중요하나 이들이 박사과정을 끝낼
때까지 집중관리대상에 포함시켜 장학금지원등 장기적인 인재육성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베를린채용박람회를 찾은 한국인유학생들은 그러나 관심도에 비해
한국기업의 참여도가 너무 낮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옥스포드대에서 물리학박사과정을 마친 고영씨는 "한국기업들은
그동안 미국과 일본유학생에만 관심을 집중, 유럽유학생들이 취업정보를
얻는데 상대적으로 불리했다"며 "앞으로는 유럽지역의 우수인력채용에도
관심을 갖는등 실질적인 인적자원의 세계화를 도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