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대리점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 삼보 LG등 기존의 PC업체들이 거느리고 있는 PC대리점이외에 다양한
유통방법이 등장해 PC시장 전체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연초부터 소프트라인 소프트타운등 전문컴퓨터 유통업체가 실시한 회원제
가격할인매장은 PC가격파괴의 시작과 기존 유통채널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할인매장은 결과적으로 일반PC가격의 동반하락을
낳았다.

일반 소비자들이 회원제 양판점가격을 PC가격의 기준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산 대구등을 중심으로 PC유통을 해오던 세진컴퓨터랜드는 지난 6월부터
서울에 본격 상륙, 대형양판점을 통한 PC판매시대를 열었다.

세진은 직영대형매장개설과 함께 PC가격인하는 물론 서비스 경쟁을
주도했다.

평생컴퓨터교육과 무료AS등 기존의 PC대리점들이 해오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 컴퓨터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최근에는 24시간 가정에 직접방문, 상담을 실시하는 개인대리점과 컴퓨터
도우미제도등이 일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도입됐다.

이들은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PC를 판매하던 것에서 벗어나
직접 소비자들을 찾아다니며 상담에 응하고 기본적인 PC교육을 담당하는
전천후 판매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함께 PC통신판매 디렉트콜제도등 다양한 판매기법이 PC시장을
공략하는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유통채널 개척에 소극적이었던 외산PC업체들도 유통망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체 유통망 확대는 물론 국내 전문유통업체들과의 짝짓기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미 컴팩컴퓨터는 소프트타운등과 손을 잡았으며 싱가포르 IPC사는
한국컴퓨터와 PC판매를 위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대만의 에이서사는 옥소리와 협력해 전국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외국산업체로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유통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에이서컴퓨터와 옥소리는 전국 대리점을 모집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AS보증위탁금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인 AS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리점 스스로가 본사에
보증위탁금을 내고 하자가 발생할 경우 이를 이용해 고객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국 대리점에 일일배달시스템을 구축, 대리점에 재고부담을 주지
않기로 했다.

매일 대리점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전국에 24시간안에 PC를 배달함으로써
시간지체를 없앨 계획이다.

이같이 유통에서부터 PC산업에 혁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활기를 띰에
따라 "국내PC산업 구조개편의 핵심은 유통분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새로운 유통방법의 확립이라는 혁명적 씨앗을 PC분야가
안고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PC에서 이같은 유통혁명이 가능한 것은 대기업이외에 일반 유통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많기 때문이다.

PC는 기본적으로 주기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등 10여가지의
주요부품을 조합하면 개인사용자들도 만들 수 있을만큼 독특한 개방형
구조를 갖고 있다.

또 마음만 먹으면 관련 부품을 일반 유통매장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일반 가전제품과 그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들도 자사 PC대리점의 혁신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전국에 24개 물류조직을 구축하고 각 대리점에 당일배달을
원칙으로 삼았다.

오전생산분은 오후에 출하하고 오후 생산분은 다음날 오전까지 각
대리점에 배달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기존 7백58개의 대리점을 연말까지 9백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LG전자는 PC 프린터 팩스등 정보통신제품을 종합 판매하는
"LG C&C 월드"를 현재 4백여개에서 오는 96년까지 7백여개로 확대키로 했다.

또 각 대리점을 대형화해 원쇼핑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보컴퓨터는 기존 대리점망을 3분화해 가정용PC, 기업등 대규모수요처,
전문솔루션제공 전문점등으로 나눠 특화된 시장을 공략키로 했다.

대리점파괴로부터 시작된 PC유통망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PC대리점의
체질개선과 강화의 방향으로 물꼬를 잡고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김승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