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확정 시행키로 한 "해외직접투자 방안"은 기업들의 해외사업에
"뺄셈"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업계의 한결같은 우려다.

업계는 특히 왕성하게 추진해 온 전자 자동차 등 주도산업의 대형 해외
투자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된 사업은 크게 3건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각각 13억달러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D램)공장 건설과 대우자동차의 폴란드 자동차회사 인수(10억달러)가 그것.

공통적으로 걸려있는 것은 "20%이상 자기자본 조달"의무 조항이다.

투자규모가 10억달러를 웃도는 초대형 투자사업이라 최소한 2억달러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해야 하게 됐다.

게다가 "해외투자에 따르는 누적 지급보증 한도를 모기업(국내 본사) 자기
자본(납입자본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의 합계)의 1백%까지만 허용한다"는
조항을 어떻게 돌파하느냐도 과제다.

투자금액의 80%까지는 현지 법인등을 통한 해외 차입으로 조달할 수
있다지만 본사가 지급보증을 하지 않는 차입은 쉽지 않다.

때문에 본사의 자기자본 범위를 넘어서는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그래도 사정이 좀 낫다.

납입자본금만 해도 미화로 38억달러에 이른다.

올해 순이익만 3조원가까이 낼 것으로 예상되는등 "벌이"가 괜찮아 자기
자본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금액의 20%를 국내에서 차입해야 하는데 따르는 이차부담이 불만
스럽기는 해도 "규정"을 준수하는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현대전자와 대우자동차다.

현대전자의 경우 작년말 기준 자기자본이 5억6천만달러다.

이 한도내에서만 해외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는 이중 4억달러를 지난해 미국법인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업체
인 맥스터사 인수때 썼다.

남은 지급보증 한도는 2억6천만달러 뿐이다.

물론 현대전자도 올해 반도체 호황 덕분에 1조원가까운 순이익이 예상된다.

이익금을 적립하면 자기자본을 늘릴 수 있다.

또 미국 반도체 프로젝트의 경우 내년부터 98년까지 연차적으로 13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이어서 사업 진행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상장이 되지않아 증자가 제약을 받는등 사정이 여간 어렵지 않다.

"재무구조에 따라 지급보증을 서도록 하는 것은 돈버는 회사만 밖으로
나가라는 얘기다. 증자한도가 25%에 묶여있는데다 수천억원을 한꺼번에
이익잉여금으로 적립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닌가"(현대전자 재정담당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폴란드 자동차회사 인수에만 10억달러를 투자키로 하는등 "세계 경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대우자동차도 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기는 마찬가지다.

계열사인 대우중공업(자기자본 2조7천억원)과 대우(자기자본 1조4천6백
11억원)등이 지급보증을 서기로 했다지만 인도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
등의 투자계획분까지 합치면 당장 쏟아부어야 할 돈만도 20억달러를 훨씬
넘는다.

정상적인 사업집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대우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해외생산계획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성구.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