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나 거제도에서 돈자랑하지 말라"

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 대우 삼성의 거제조선소에 가면 들을 수 있는
"경고"다.

그러나 조선업종의 임금수준이 타업종보다 높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가는
사람은 "실수"를 할 염려가 없다.

실제로 신입사원의 초임연봉을 비교해보면 조선업종이 선두에 있음을 단박
에 알 수 있다.

대우중공업의 군필 고졸신입사원의 초임연봉은 1천8백만원, 삼성중공업은
1천7백만원으로 타업종보다 20%가량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의 대졸신입사원연봉 1,2위로 파악(월간 "인턴"조사)된 포철(1천8백
70만원) 쌍용양회(1천7백34만원)등과 맞먹는 수준이다.

월2백만원이상을 받는 골리앗크레인 조종자나 특수용접인력들에게는 심지어
"노동귀족"이라는 칭호가 따라붙을 정도다.

임금상승률 또한 아주 높은 편이다.

한국조선업계의 생산직 근로자 임금은 지난 89~93년까지 6년간 연평균
13.2%의 임금상승률을 보여 일본(4.3%)의 3배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임금인상을 재촉하는 노조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한국의 조선업종 월평균임금은 1백50만6천원이지만 일본의 3백49만원의
43.1%수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경영진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반박한다.

"3D이미지때문에 파격적인 임금을 주고 있고 해마다 두자리수의 임금상승을
수용해 주고 있어 이미 경영압박이 심각한 상태다"(A중공업 P이사)

P이사의 말이 아니래도 "2고"(높은 임금과 상승률)는 이미 최대의 딜레마로
불거져 업계의 경영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고임금이 곧 노동력의 고품질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고민은 좀 덜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의 질에 있어서도 누수현상이 심각하다.

<>높은 이직률 <>개인주의 <>현장경시등의 풍조가 3대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업체마다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숙련도"도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근로자평균연령은 29세.

일본의 42세에 비하면 "구상유취"수준이다.

이같은 "고임금 (노동력)저품질"구조를 타개키 위한 업계의 자구노력이
발동을 걸고 있다.

돌파구는 먼저 해외에서 발견됐다.

글로벌화 경영을 기치로 한 해외진출을 통해 인력문제를 해결하자는 것.

"일본이 최근 건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과 공동건조에 나서고 있는 것이
자극이 됐다"(김상선한진중공업상무)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중국과 베트남을 합작선으로 고려중이다.

먼저 단순작업이 가능한 수리전문조선소를 지어 값싼 현지인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필리핀을 집중 답사하고 있다.

외주로 돌릴 수 있는 부품공장단지를 해외에 건설해 글로벌화된 "모협
체제"를 갖추겠다는 것.

루마니아의 최대 국영조선소인 "투메이 조선소"와 영국의 "홀랜드&울프
조선소"를 인수키로한 대우중공업은 "전략적제휴"형.

유럽에 생산기지를 확보해 현지시장을 공략하고 수리해체등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해외진출러시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89년 금융.세제지원을 통한 제3자인수등을 골자로해 단행됐던 조선
합리화정책에 뒤이은 민간의 자율적인 "제2의 합리화"가 시급하다는 지적
이다.

"제2의 합리화"는 광범위한 리스터럭처링을 통해 진행돼야할 것이다.

생산자동화 경영혁신운동등 "총론"에서 출발해 신건조공법개발 상호정보
교환 공동연구기술개발등의 "각론"으로 심화시키는 종합대책의 추진이 시급
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수행하는 최적의 방법으로는 업계간 수평적인 공조체제의 구축이
거론되고 있다.

"자율적인 경영합리화노력의 집약화"가 키워드다.

지금 업계에선 "내부결속을 다져 협조체제를 공고히 하는 길이 살길"
(송영수 조선공업협회장)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내년초 발효될 조선 다자간협정에 공동 대응하는 국제위원회를 만드는등의
집약화 노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

자율적인 "제2의 합리화".

세계제일의 문턱에선 한국 조선업계에 떨어진 지상명령이다.

<심상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