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성군 소재 대동공업내의 부품자동화 창고.비행기 격납고를
연상시킬만큼의 높이에 경운기 트랙터등의 부품들이 대형서점의 잘 정리된
책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다.

수천개의 부품이 보관돼 있지만 필요한 부품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분을 넘기지 않는다.

부품 하나 하나에는 이 공장이 부여한 바코드가 붙어 있어 찾는 제품을
바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시점 관리(POP)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바코드시스템에 의한 생산시점 관리로 완제품생산 다음날에나
가능했던 실적 집계가 지금은 리얼타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최부림관리
본부장) 이 공장의 "신생산혁명"은 작은 부품 하나라도 철저히 관리하는데서
시작된다.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각종 기계장비에는 담당자의 이름과 이상유무를
점검하는 표가 부착돼 있다.

수많은 치공구도 담당자의 이름밑에만 놓여져 있다.

기계와 치공구 모두 "마이 머신운동"에 의해 관리되는 것이다.

각종 부품과 치공구가 어지러이 흩어져 생산라인인지 부품창고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던 지난해와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처음에는 귀찮다고 그다지 호응하지 않던 작업자들도 차츰 깨끗하고 정리
정돈된 공장이 효율적이란 걸 알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서영수
기획조정실 합리화추진팀 차장) "혁신"의 마인드가 조성되자 이 공장은 다음
단계에 착수했다.

라인의 레이아웃 개선을 통한 공정합리화 작업이었다.

대표적인 게 실린더 블록의 라인 변경작업이다.

기존 1백10m 길이의 "일"자 라인을 "U"자 라인으로 배치를 바꾼 것.
"일"자 라인의 경우 작업자가 일렬로 투입부터 산출까지의 공정을 계속
지켜봐야 했지만 "U"자 라인에서는 자기앞의 라인뿐만 아니라 등뒤의 공정도
함께 관찰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이 공정에 소요된 인원은 10여명이었지만 라인 변경 후에는 불과
1~2명만이 이 공정을 지키고 있다.

공정합리화중 특히 이 공장이 자랑하는 것은 도장(페인트칠)라인의
"오버헤드 컨베이어 시스템". 경운기 트랙터등 완제품이 나오는 라인과
페인트칠을 하는 라인은 떨어져 있어 완제품에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선
도장공정으로 운반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 중간과정을 없애준 게 오버헤드 컨베이어 시스템이다.

작업장 바닥으로부터 3m 높이에 운반컨베이어를 따로 설치해 이 기계가
완제품을 도장공정으로 운반토록 했다.

효율적인 공간관리뿐 아니라 운반시간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연평균 운반에만 소요되던 1천6백시간을 절반 수준인 8백30시간으로
단축시킨 것.

여기에 BS( Before Service )에 의한 품질관리도 생산성향상의 "측면
지원병"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불량이 발생했을 때 달려가는 AS로는 부족하다.

제품을 내보내기 전부터 불량의 원천을 봉쇄하자는 게 BS의 목적이다"
(이창희 품질보증팀 과장) 지난 90년 경남 창녕에 문을 연 대동훈련원도
바로 이러한 불량 결점 "0"를 향한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47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농기계 산업의 기치를 올린 대동공업.
이 공장 정문의 돌비석에 새겨져 있는 "기공일생"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
농기계생산 역사의 산증인인 이 공장은 오는 97년의 농기계 시장 전면개방이
결코 두렵지 않다.

"세계속의 선진농촌"을 만들기 위해 흘린 대동인들의 땀과 변혁의
몸부림이 공장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 대구=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