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것을 새삼 실감하고있습니다"

한보공업의 김명제사장(37세)은 선친의 뒤를이어 경영을 맡은지 4년이
됐지만 중소기업을 이끌어어가는것이 정말 어려운일이라고 말한다.

김사장은 중소기업 경영이 갈수록 여려워지는 요즈음 다른 중소기업사장
보다 무거운 짐을 하나 더지고있다.

4년전 돌아가신 부친 김광준전사장의 유지를 받들어 회사를 키워야할
운명이 맡겨졌기때문이다.

한보공업은 연간매출액 1백20억원, 종업원 1백30여명의 중소기업이지만
70년대초만해도 재계에서 다섯째안에 드는 알아주던 기업. 김광준전사장이
40년대말 창업한 국제전기는 한국전기업계의 원조다.

일제시대에 경성전기(한국전력의 전신)에 근무하던 김사장은 해방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엔지니어출신으로 국내최초로 변압기를 생산, 변압기시장을 독점했고
전기모터도 국산화, 시장을 휩쓸었다.

공업화와함께 전국에 전기가 보급되면서 송전선에 쓰이던 철탑도 독점,
70년초만해도 종업원이 3천명을 넘어서는 대기업이었다.

그러다 정치적 이유로 도산, 중전기기사업파트는 효성중공업으로 넘어갔고
철탑부문은 코롱엔지니어링으로 인수되면서 회사는 없어졌다.

그뒤 한국전력의 도움으로 한보공업을 창업, 중소기업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부친은 경영에서 한번 실패한후 사업확장을 주저했읍니다. 독점품목인
경완금등으로 사세를 확장할수있는 여력이 많았지만 안정에 주력했죠"

김명제사장은부친이 워낙 조심스럽게 회사를 운영해와 경영권을 맡은후
수성에만 주력해왔다고 말한다.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한뒤 미메트로폴리탄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뒤
귀국, 개인사업을 하던 김사장은 92년 부친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경영일선에 나섰다.

올들어 그는 선친과함께 30년이상 일해온 임원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신의 경영모습을 드러내 보이고있다.

김사장은 연초부터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섰다.

그동안 독점품인 전선기자재를 주력으로 해왔으나 앞으로는 용융아연
도금업을 주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용융아연도금은 철의 표면에 아연도금을 입혀 강도를 높이고 내식성을
만드는것. 철의 산화작용을 막아 각종 산업용 철구조물로 사용할수있다.

"용융아연도금의 활용범위는 건축, 전력, 철도, 건설등 각산업분야
입니다. 성수대교 붕괴후에 철구조물의 안전에대한 관심이 높아져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것으로 봅니다"

김사장은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증대에 따라 용융아연도금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용융아연도금 전문업체로 제2의 도약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회사는 현재 대대적인 설비증설을 펼치고있다.

이달말 완공되는 반월2공장은 국내최대 생산라인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아연도금 처리용량은 현재의 연산3만t에서 10만t으로
늘어난다.

한보공업은 또 시화에 1천평의 부지를 확보, 내년초 제3공장 건설에도
들어간다.

중소기업으로는 대단한 규모의 투자다.

"용융아연도금은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보편화되고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미숙단계로 우리회사는 사명감을 갖고 제품및 기술개발에 나서고있습니다"

김사장은기왕에 사업을 시작했으니 오기를 갖고 선친의 전성기를 되살리는
회사로 키워나가겠다고 의욕을 밝혔다.

그는 선친이 말씀하신 "여러사람과 더불어 사는것이 생활철학"이라고
소개하고 "평생직장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회사가 되도록 종업원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