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은행과 연결된 펌뱅킹용 컴퓨터를 통해 단숨에 수입억원대의
자금을 결제한다. 금융기관에 개인적인 용무가 있을 때도 전화 한 통화면
송금 계좌이체 공과금납부 주식투자등 웬만한 거래는 해결된다.

길거리로 몇발짝 나서기만 하면 현금자동지급기(CD)나 현금자동입출금기
(ATM)가 널려있다. 금융기관 영업사원들의 노트북컴퓨터에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가 담겨져 있다.''

이제는 어디서나 쉽게 볼수 있는 모습이다. 두꺼운 서류를 들고 다니지도
않고 교통체증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업무시간중에 자리를 뜨느라 상사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금융자동화는
어느새 우리생활속 깊숙이 파고들어 모든 것으로 속속들이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경영이 어려운 금융기관도 인원은 대폭 감축하면서도 금융자동화에
대해서만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정보를 1초라도 빨리 얻기위해 딜링룸은 고가의 선진장비를 도입해서
개조하기도 한다.

금융기관들은 경영정보시스템 자산부채종합관리시스템등 전략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데에는 거의 사활을 걸 정도다.

이같은 과감한 투자는 금융서비스경쟁은 전산에서 판가름난다는 위기의식
에서다.

특히 올들어 미국과 일본 대형은행들의 잇따른 합병은 조금이라도 경쟁
에서 뒤처지면 아무리 큰 금융기관이라도 무너지고 만다는 경각심을
금융기관들에 불어넣고 있다.


[[ 무인점포 ]]

국내은행들의 금융자동화는 CD ATM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90년말 384대와 14대에 불과했던 8대 시중은행의 CD와 ATM은
지난해말에는 각각 1,251대와 129대로 늘어났다. 연평균 26.7%와 53.9%씩
증가한 꼴이다.

현금을 자동으로 출금하거나 송금 계좌이체할수 있는 CD기와 여기에다
입금기능까지 포괄한 ATM을 설치하면 은행원 없이도 기본적인 창구업무를
처리할수 있으며 영업시간이후에도 영업을 한다.

은행창구업무의 절반 가까이가 이들 기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유인점포보다 독립된 무인점포를 더많이 설치했다.

은행권전체의 독립무인점포는 지난6월현재 모두 818개, 은행영업점에
붙어있는 365일자동화코너는 2,353개나 된다.

불과 3개월동안 독립무인점포는 27%, 자동화코너는 31%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동안 유인점포는 6,017개에서 6,203개로 3.1%밖에 늘지 않았다.

특히 동부신용금고가 동남은행과 계약을 체결, 금고카드로도 은행CD기와
ATM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등 비은행권과 은행권이 제휴함으로써
무인점포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전자금융 ]]

전화와 컴퓨터를 이용하면 대부분의 업무는 은행에 직접가지 않고도
볼수있다.

외환은행의 리얼타임펌뱅킹서비스, 대구은행의 파랑새폰뱅킹서비스,
제일은행의 리얼타임자금관리서비스등 대부분의 은행이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인이 가장 친숙한 것은 폰뱅킹. 전화로 잔액조회 각종 서비스안내및
투자상담은 물론 송금 지로대금납부 자동계좌이체신청등 웬만한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

대형 은행중에서는 국민 중소기업 서울 신한등이 실시하고 있으며
신설은행중에서는 동화 하나 보람, 지방은행중에서는 대구 부산 광주,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등 모두 11개 은행이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흥 상업 한일 주택은행등도 폰뱅킹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권 전체의 폰뱅킹고객은 모두 46만6,000명. 폰뱅킹이 가장 활발한
대구은행의 폰뱅킹회원은 모두 15만명.

하루에 평균 1만6000~1만7000건의 업무를 처리하는등 인기가 급증하면서
전화회선을 올해초의 50회선에서 240회서으로 늘렸다.

개인용컴퓨터를 통신망에 연결, 은행과 거래를 하는 홈뱅킹도 마찬가지
원리다.

기업은 자체 전산망을 은행과 연결, 각종 금융거래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기본적인 송금과 결제는 물론 어음관리까지 해준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향후에는 컴퓨터화면을 통해 은행원과 직접 대화하면서 훨씬 세밀한
서비스를 받을수 있게 될 전망이다.

[[ 전자화폐 ]]

직불카드 선불카드 IC(집적회로)카드등 다양한 형태의 전자화폐가
선보이고 있어 앞으로는 현찰을 만질 일이 더더욱 없어지게 됐다.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즉시 대금을 지불하는 직불카드나 일정금액을
지불한 카드를 갖고 물건을 살수 있는 선불카드가 활성화되면 분실
위험이 있는 현찰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거스름돈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다.

내달중에 등장할 예정인 직불카드는 비밀번호를 확인하므로 다른 사람이
줍더라도 사용할 수 없어 안전하다.

IC칩을 내장해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IC카드는 광주은행과
동남은행등이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한장의 카드에 각종 금융권 거래내용과 관련정보가 모두 담길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내용등 개인생활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담을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주민등록증 학생증 주민등록초본 부동산대장 등기부등본
진료증 의료보험카드 보험증서 도서카드등을 한장의 IC카드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광주은행이 조선대등의 학생들에게 발급한 IC카드는 통장과 학생증
도서증 식당이용권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 전략정보시스템 ]]

금융기관들은 경영과 관련된 정보를 관리하고 가공해서 활용하는
종합경영정보시스템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거래에 수반된 데이터를 계정과목별로 관리하는데에서 고객별관리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데이터를 가공처리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조흥은행은 지난해 본점및 영업점 실적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국민은행은 자동연체관리시스템 섭외용지원시스템 광파일
시스템등을 구축했다.

은행들의 자산부채종합관리(ALM)시스템도 전략정보시스템의 핵심분야중
하나.

예금등의 자산을 대출 투자등으로 운용하는데 있어서 현재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향후 금리 환율 경기등이 변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도를 축소하면서 최대의 이윤을 올릴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은행의 자금운용과 관련된 모든 판단을 내리는데 긴요하다.

산업은행이 파생금융상품등을 포괄하는 ALM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아직
국내 은행들의 ALM시스템수준은 초보단계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전자결제제도와 외환은행 조흥은행등이 활용하고 있는
화상회의시스템도 금융자동화의 중요한 성과물들이다.

<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