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 삼성 LG등 국내 굴지의 그룹사 최고경영자들이 PC앞에 앉아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대부분 50대 이상인 이들은 "최고경영자들이 컴퓨터를 이해하고 정보통신
수단을 도구화해야만 정보화가 성공한다"는 필요에 따라 생소하기만 한
키보드를 붙잡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키보드는 여직원이나 신입사원들만이 두드리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이제는 최고경영자들도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컴퓨터와 정보통신
수단을 이용해 직접 찾아야하는 시대가 됐다.

국내에 PC등이 처음 선보인 80년대초만 해도 대부분의 40~50대 직장인들은
"내가 정년퇴직할때쯤 돼야 우리회사에도 컴퓨터가 들어오겠지"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구태여 PC를 앞에놓고 복잡한 영어자판을 짚으며 컴퓨터 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정년퇴직할 날은 아직 멀었는데 이미 컴퓨터를 모르면 문맹취급을 받는
세상이 돼버렸다.

요즘 젊은이들한테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요중 "머피의 법칙"이라는 노래가
있다.

원하지 않는 일들이 항상 자신에게만 생긴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 노래다.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신에게만 문제가
일어남을 하소연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중 50~60대만큼 갖은 신산을 겪은 세대도 드물다.

일제시대는 멋모르고 지났다고 치더라도 유년시절 6.25전쟁을 겪었고
청년시절에는 4.19와 5.16을 경험하며 방황과 고뇌를 거듭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에는 일벌레로 가정을 뒷전으로 한채 온종일
회사업무에만 매달리며 지내왔다.

은퇴를 앞두고 PC를 앞에 두는 상황이라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머피의 법칙"을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오늘의 우리나라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정보화의 완성은 게임기에 익숙한 신세대들의 문제가 아니라 50대가
키보드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에 달려있다.

PC앞에 앉아있는 50대 사장님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야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철없어만 보이는 X세대들도 "머피의 법칙"에 처할 때마다 이렇게 소리높여
노래한다.

"세상 모든게 다 내뜻과 어긋나 힘들게만 하여도., 내뜻대로 이루고
말테야"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