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4일 조직개편과 동시에 대폭적인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경식총재 취임이후 "개혁하는 한은"의 모습을 대내외에 선보이고
부산지점 화폐유출사건이후 정체되어 있는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4개부서를 통폐합하고 1개 해외주재사무소를
폐쇄하는등 이른바 조직의 슬림화.인사도 평소의 정기인사 폭(평균
3백70명)을 웃도는 4백30명을 한꺼번에 이동시키는등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은 한은의 진정한 개혁을 바라는 주변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친다는 평이다.

개편내용이 지난 봄 김명호총재시절 검토하다가 한은법개정논란으로
무산됐던 "5개부서 축소안"보다도 미흡한데다 한은집행부과 은행감독원이
제각기 살림살이를 하는 "한지붕 두가족"관리시스템을 이번에도 타파하지
못했다.

한은집행부와 은감원은 그동안 별도의 비서실은 물론 인사 총무등을
따로따로 해오는등 업무중복요인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어 왔었다.

물론 이번 조직개편은 1단계에 불과하다.

이경식총재는 취임초 6개월정도의 검토작업을 거쳐 2천년대에 걸맞는
한은의 조직을 새로 짜겠다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내년초에 대대적인 2차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표한 조직개편의 내용은 <>기획부와 계리부,자금부와 업무부,
국제부와 외환업무부,금융지도국과 검사통할국이 통합되고 <>여신관리국의
이름이 신용감독국으로 바뀌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주재사무소 폐쇄된
것이 골자다.

따라서 전체 조직은 감사실을 포함한 29개부서(은감원 10국)에서
25개부서(9국)으로 줄었다.

정원도 3천4백55명으로 작년말과 비교해 2백76명이 감소했다.

조직개편과 동시에 단행한 인사의 특징은 발탁인사가 다소 확대됐다는
점이다.

68년 입행인 박철런던사무소장이 67년 입행기수들을 제치고 임원승진코스인
자금부장으로 임명됐고 권정현조사1부 부부장(1급)이 직접 본점 부서장인
금융결제부장으로 승진했다.

70년 입행자인 최창호자금부부장 정규영뉴욕사무소수석조사역이 이례적
으로 1급부부장으로 승격하고 75년입행중에선 송인원경영관리1과장이
처음으로 부부장급으로 올라섰다.

또 그동안 음지로 불렸던 감사실과 발권.국고부서에 우수인력을 대폭
배치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은은 내부감사강화를 통해 사고발생소지을 없애기위해 감사실 전체
인원의 60%이상을 정책부서나 전산 관리부서출신의 우수인력으로 대폭
교체했다.

발권 국고부서등에도 해외학술연수나 해외사무소근무등으로 국제감각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을 상당수 배치해 업무의 질을 높이도록 했다.

한편 이번 인사의 관심사중 하나였던 이총재의 친동생인 이형식관리부장은
자리이동이 없었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