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이 옥소리를 인수한 것은 미래형 산업인 정보통신을 바탕으로
대기업그룹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옥소리의 사운드 카드기술은 일본 소니사가 도입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멀티미디어 날개를 달게 됐다.

한솔의 그룹화작업은 물론 어제 오늘 시작된게 아니다.

지난 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제지일변도의 사업구조 탈피를 급속히
추진해 왔다.

임산가공품을 판해하는 한솔포렘(91년)설립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무역
유통 화학 건설등 7개회사를 세워 대기업 그룹의 외형갖추기에 적극 나섰던
것.

이같은 회사설립과 함께 작년부터는 국내 중견기업을 잇달아 사들였다.

소위 M&A(기업인수.합병)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하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예컨대 작년 11월 금융회사인 동해투금 인수를 시발로 동창제지 한국마벨
한화통신등의 매수가 이어졌었다.

이번 옥소리까지 포함하면 1년도채 안돼 5개회사를 사들인 셈이다.

한솔의 M&A는 특히 금융.정보통신.전자등 이른바 미래형 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사업구조 조정의 방향을 제지 일변도 탈피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들어서는 이를 미래형 사업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를 엿보기에 충분
하다.

한솔의 이같은 변신은 매출액의 변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2천억원이다.

이는 지난 91년 전주제지(현 한솔제지)가 삼성그룹에서 분리될 때 매출액
3천4백억원보다 4배가량 늘어난 액수다.

대기업 그룹별 매출순위로도 31위에 달했다.

올해는 정보통신.전자등을 바탕으로 2조1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매출순위
28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 경우 독립기업으로 분리된지 5년만에 30대그룹권내에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한솔의 이같은 "약진 앞으로"를 두고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외형적으로는 대기업 그룹의 면모를 충분히 갖췄지만 과연 그에 걸맞는
경영시스템이 갖춰져 있느냐는 점에서다.

사실 한솔은 그룹대표가 없다.

오너인 이인희씨(67)는 한솔제지의 고문일뿐 그룹대표가 아니다.

그룹의 경영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도 없다.

주력업체인 한솔제지의 기획실에서 계열사 업무까지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전체의 업무는 각 계열사 사장들이 한달에 한번씩 모여 여는 경영회의
에서 논의하는 것이 전부다.

한마디로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한솔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임야 4천9백만평)을 확보하고
있어 자금력면에서는 어느 그룹에도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알짜기업"을 인수하며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솔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두고볼 일이다.

< 김낙훈.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