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과 관련된 주요정책과제의 추진방향을 놓고 행정부와 집권 여당간
의 시각이 크게 엇갈려 잇달아 당정간의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대체로 당측은 무리한 개혁조치에 따르는 현실적인 부작용 해소를 우선적
으로 내세우는 반면재정경제원등의 경제부처는 개혁조치의 일관된 추진을
고집하고 있어 당정간의갈등구조는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특히 당정간의 마찰과정에서 주요정책의 세부추진 시책은 물론 근본적인
정책기조까지 수시로 바뀌어 기업과 국민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10일 민자당과 재경원에 따르면 지방선거 이후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보완작업 과정에서 당정간의 이견으로 논란을 치른데 이어 CD(양도성예금증
서)와 CP(기업어음) 채권등의 중도환매 이자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
함시키기로 한 조치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관련 정부와 민자당은 11일오후 민자당사에서 이홍구국무총리와 김윤환
당대표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당정 정책조정회의를 열 예정인데 이자리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제 보완방향을 놓고 심한 갈등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 측은 "재정경제원이 세제개편안을 발표한지 5일만에 내용을 번복해
정책의 신뢰성을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정부안대로 할 경우 금융거래질서나
자금흐름에 큰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며 "발표내용의 철회를 요구하겠다"
고 밝혔다.

특히 당측은 "당정간에 사전합의 없이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만든정책엔 협
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재경원 관계자는 "당측에서 선거등 정치적인 영향만을 고려한 주
장을 펴 경제논리를 왜곡시키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금
융실명제의 완결판이라고 할수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유명무실한 제도로
만들겠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여론의 비판을 받은 것도 당측의 정치
논리를 수용한 탓이라며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자 범위확대등은 우리나라 세
제의 선진화를 몇년 후퇴시키는 결과였다고 반박했다.

이에앞서 지방선거 직후 민자당은 <>토지초과이득세 폐지 <>미술품 양도소
득세부과 보류 <>금융소득 분리과세 대상상품 확대 <>금융실명제 실명확인
예외대상 확대 <>부동산실명제 위반에 대한 처벌완화 <>농지취득규제 완화
<>중소사업자 세부담완화등 대폭적인 개혁부담 완화책을 요구했었다.

이에따른 당정논의 과정에서 <>부동산신고지역 전면해제(내년초)와 <>1가구
1택지소유자에 대한 택지초과부담금 폐지(97년부터) <>부가가치세 면세점과
과특자확대및 간이과세제 도입등이 확정됐다.

또 재경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세법을 개정,이미 폐지한 자도주구입의무
비율을 일부 부활시켰으며 최근에는 1가구1주택 양도소득세 면제기준을 "3년
거주 5년보유"에서 "3년보유"로 완화토록 요구,재경원과 논란을 벌이고있다.

한편 경제계에선 "정치권과 행정부는 의식구조가 달라 경제사안을 보는 시
각이 다를수도 있다"며 "그러나 당정간의 견해차이도 견제와 균형의 범위를
넘어선 안되며 특히 요즘처럼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정책기조 자체를 뒤
흔드는 것은 국민경제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정간의 조화를 위해선 통치권자가 자신의 철학과 방향을 보다 분명
히해 논란의 소지가없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만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