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수표동 세한빌딩에 위치한 계림요업 서울사무소에는 에어콘이
없다.

35도를 오르내리는 지난 여름동안 20여명의 직원들은 비지땀을 흘렸다.

웬만한 가정에도 에어콘설치가 보편화된 요즈음 사무실에 에어콘이
없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 물론 회사가 어려워 에어콘을 살
형편이 안되기때문은 절대 아니다.

계림요업은 4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최대 위생도기종합업체.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도 제일 많이하는 업체다.

올해로 창업 53년째를 맞는 계림요업은 아직도 유한회사를 고집할정도로
보수적이지만 경영자들의 검소한 생활로 유명하다.

사장이하 임원들이 검소하다보니 사원들도 아무런 불평없이 검소한 생활에
몸에 배어있다.

계림요업 본사와 생산공장이있는 구미공장에도 2천여명의 사원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을 빼고는 에어콘이 한대도 없다.

2천여 직원을 이끌고있는 서보철사장실이나 외부손님을 맞는 접대실에도
에어콘이 없다.

창업주인 선친을 이어 올6월 사령탑을 맡은 서사장은 위생도기 제작
특성상 생산직 근로자들이 뜨거운 화로옆에서 여름을 보내야하는데
사무직원들만 시원하게 지내는것은 한가족으로서 취할 도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원들도 이러한 사장방침에 공감하고있다.

사원들이 회사방침에 만족하는것은 가족주의적인 회사경영때문이다.

회사설립이50년을 넘어섰지만 가족주의적 풍토는 하나도 바뀌않고있다.

이회사의 사원들중 30-40년된 근속자들이 수두룩한것도 이를 잘반영하고
있다.

아버지는 예순을 넘어 기능직에서 일하고 아들은 대학을 나와 관리직에서
일하는 부자도많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적 경영에대한 일부의 비난이 없는것은 아니다.

긴역사와내실에 비해 성장이 정체된것은 연공서열위주의 보수적 경영
때문이라는 지적도있다.

창업 2세대로 경영권을 맡은 서사장이 올가을 정기인사를 기해 사내에
인사쇄신책등을 펼것으로 알려져 계림요업에 오랜만에 새로운 변화가
일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