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경기가 썰렁하다. 민속최대의 명절을 앞두고 실세금리가 하락할
정도로 시중자금 사정은 넉넉한데도 배고하점 슈퍼 등 유통업체들이
느끼는 대목경기의 체감지수는 예년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대목잡기에 본격 나선 대형백화점들은 예기치못한
수해와 빨라진 추석 등 악재를 감안해 추석대목의 매출신장목표를 종전의
30~40%보다 대략 10%안팎씩 낮춰 20~30%로 잡았으나 실제영업은 더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출목표를 8백10억원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28.6% 늘려잡은 롯데는
5일까지의 판매추세로 보아 신장률이 20%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추석대목 판매신장률은 35%에 달했다.

롯데측은 이같은 매출부진이 수해와 검소한 명절보내기운동, 늦더위
속에 찾아온 추석,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후유증등이 한꺼번에 얽힌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세계는 5일까지의 서울5개점 하루평균매출이 40여억원으로 지난해
추석대비 13%증가에 머물렀으며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약12억원으로 7%선의
게걸음신장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의 유연삼판매기획과장은 ''백화점마다 상품권판매가 크게
늘었다지만 상품권은 나중에 상품과 교환될때 매출로 잡혀 추석매출로 보기
어렵다''며 ''상품권은 오히려 일반선물수요를 잠식할 뿐''이라고 말했다.

슈퍼체인인 한화유통 신동아점의 이원기점장은 ''5일 하루매출이
3천5백만원으로 지난해 추석 4일전 3천3백만원보다 겨우 6% 늘어났다''며
''식품 주류 등 상당수 공산품의 가격이 상반기중 오른 것을 감안하면
제자리 걸음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남대문 동대문 등의 재래시장 상인들사이에서는 올 추석경기가 예년만도
못하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제일평화시장의 마매든 아동복점 주인 박동찬씨는 ''추석이 예년보다
훨씬 빠른탓인지 매기가 작년만도 못하다''고 털어놓고 있으며 남대문시장
원아동복상가의 이모씨는 ''작년추석보다 매상이 30%정도 떨어진것 같다''고
밝혔다.

선물용품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추석경기도 썰렁하기는 매한가지다.

에스콰이아의 권혁수차장은 ''경기가 좋지않을 것으로 보고 상품권판매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4백50억원으로 잡았으나 백화점 등 타업체의
상품권에 고객을 잠식당한데다 대목경기가 워낙 부진해 90%를 채우기도
힘겨울것 같다''고 내다봤다.

1백50만개의 커피선트를 제작한 동서식품은 출고량이 지난해보다 이미
15%가 준데다 일선판매점의 매기부족으로 추석후 반품률이 지난해의
12%안팎에서 올해는 20%까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계훈우마케팅팀장).

생활용품업체중 LG화학과 애경은 4백30만세트와 1백80만세트의 판매
목표를 세웠지만 기업체들의 단체주문을 제외한 일반판매가 부진,
신장률이 작년의 약30%와 20%에서 올해는 25%와 15%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갈비 정육 등 10만원이상의 고가선물 수요가 주춤해진반면 참기름 등
중저가 선물과 상품권의 인기가 높아진 것과 관련, 신성호현대백화점
특판부장은 ''경기부진과 함께 기업 소비자들의 알뜰구매패턴이 추석대목을
위축시킨 또 다른 이유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는 귀성전쟁이 시작되는 7일 오후부터는 막바지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지적, 예년에 보기드문 ''흉작''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승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