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아 대우등 완성차업체들은 미국의 대한 자동차시장 개방압력에 대해
한마디로 착잡하면서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우선 지난해 10%였던 수입관세율을 올들어 8%로 인하하는등 미국측이 요구
해온 사항을 다들어준지 1년도 안돼 추가개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또 미국은 한국시장에서 마케팅노력은 않은채 장사가 안되면
"전가의 보도"처럼 개방의 칼만 휘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우리측에 더 개방하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제3국 수출용 소형차
생산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기아자동차 기획실L부장)이라는 지적들
이다.

마케팅노력도 마찬가지다.

벤츠 수입판매회사인 한성자동차관계자는 "유럽차 업체들은 가격인하와
20개월무이자 할부등 적극적인 마케팅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반해 미국
업체들은 판매증대를 위한 조치를 별로 취하지 않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8월 수입차판매량은 GM 크라이슬러등 미국차들과 벤츠 BMW등
유럽차들이 2백40여대로 엇비슷했었다.

그러나 올들어 이같은 균형상황은 깨져 지난8월중 유럽차들은 4백24대가
팔린데 반해 미국차는 불과 2백62대에 그치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미국측의 요구가 시장개방차원을 떠나 한국 자동차산업구조
에까지 이래라 저래라한다는 점에서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배기량에 관계없이 내국세를 일률적으로 인하하라는 것은 중소형차
위주의 국내 자동차생산구조까지 뜯어고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지적
이다.

배기량 2천cc 이상인 차량에 25%를 부과하고 있는 특소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를 낮추게 되면 "중대형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업체들이
소형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까지 잠식해버려 국내 업체들의구조적 변혁이
불가피하다"(현대자동차 상품기획실 이형근부장)는 얘기다.

완성차업체들은 미국과의 통상협상에 임해온 그동안의 정부측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올초까지만해도 엔화강세로 수출증가등 반사이익을 누릴수 있었으나 이제는
엔화가 약세로 변해 수출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인데 정부가 "예고제"
하나없이 무조건 양보한 것은 아무래도 "성급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협상에서 관세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미국측에 최소한의 양보도 해줘서는 안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