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할인판매경쟁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외제의 시장잠식은
확대되는 등 화장품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권장소비자가격대비 할인율이 50-80%까지 높아지면서 화장품업계가
수익성악화로 몸살을 앓고있다.

선두업체인 태평양은 올상반기 매출액 3천1백16억원, 순이익 61억원으로
지난해동기대비 각각 0.9% 53%가 감소했고 한국화장품은 매출액이
5백91억원으로 지난해동기보다 14.8% 늘었지만 순이익은 4억원으로 오히려
87%나 줄었다.

화장품업계의 이같은 경영실적부진에 대한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은
여러갈래이다.

대형업체들은 "중하위권업체들이 품질에 걸맞지않은 높은 소비자가를
매겨놓고 대폭할인의 메리트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중하위권업체들은 "대형업체들의 밀어내기에 의한 자존심경쟁이
가격질서를 흐트린 근본원인"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가격질서문란으로 제조 유통업체 할것없이 우려감이 깊어지고있다.

D화장품 대리점을 경영하는 P사장은 현재의 화장품가격구조를 이렇게
설명한다.

"메이커가 공식적으로 소비자가대비 58%선에 물건을 공급하나 덤물량과
리베이트를 감안하면 40%선에 받는셈이고 코너점에는 대략 45%선에
공급한다"고 말한다.

코너점에서의 기본할인율이 50%가 돼버린 상황에서 소비자가의 50%이하가
아니면 코너점과의 거래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할인기대심리를 높여높은데는 제조업체들의 과다공급 못지않게
중간도매상(나카마)들의 탈법무자료거래가 한몫을 하고있다.

이들 나카마는 실적에 쫓기는 대리점과 일부 제조업체들의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 대형코너점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를 뛰어넘는 물량공급에다 탈법무자료거래가 화장품가격을
50%이상 끌어내릴수있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권장소비자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은 할인이 일상화된
실정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항변이 제기되는것도 이때문이다.

한편 외제화장품의 올상반기 수입실적은 1억9백만달러에 달해 올해
2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판가격이 수입가의 약4배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시장 점유율이
26%에 이를것으로 추산된다.

외제화장품의 국내시장점유율은 93년 15% 지난해 19%에서 계속 확대되는
추세이다.

업계 내부에서 이대로가면 모두 공멸하고 남는것은 외제화장품뿐이라는
자성이 없는것은 아니다.

지난4월 상위 11개사 대표들이 대리점에 주는 덤물량을 10% 이내로
줄이자는 신사협정을 맺은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덤규제는 출하가조정등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업계에선 정부가 검토하는 권장소비자가표시제의 개선에 기대를 걸고있는
모습이다.

"권장소비자가 폐지는 과다할인경쟁의 소지를 없애 품질과 서비스경쟁으로
업계 풍토를 일신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것"(한국화장품 한현수영업담당
상무)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화장품공업협회 의뢰로 최근
내놓은 연구보고서도 국산화장품의 경쟁력을 제고하기위해서는 판매자가
가격을 표시하는 쪽으로 현행 가격표시제도가 바뀌어야할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흥교 태평양전략기획실장은 "국내화장품시장의 거품을 걷어내고 새로운
유통개발등 구조조정을 위해 가격표시제도가 한시바삐 개선되지않으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러한 제도개선과 함께 불법유통업자들에 대한 당국의 철퇴가 지속적으로
가해진다면 소비자들에 대한 화장품의 신뢰회복이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