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점 옷가게등 오랜기간 특정부문의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통적인장사와는 달리 보름에서 두달사이의 간격으로 취급상품을
완전히 바꿔가며 판매하는 신종 상술이 활기를 띠고있다.

도심에서 벗어난 변두리상권에서 번져가고 있는 이 판매기법은 속칭
"왕도매"라고 불리는 중간상을 중심으로 몇몇 점포가 계약을 맺은 뒤
상품을 교환해가며 파는게 특징이다.

서울 면목동의 한 의류점은 최근 몇달사이에 취급상품이 세번이나
바뀌었다.

10여평 규모의 점포에서 지금은 의류를 팔고 있지만 한달전에는
도자기를 그이전에는 후라이팬 식기등 주방용품을 팔았었다.

두달정도 한부류의 품목을 집중적으로 할인판매한뒤 남은 상품은
옆동네의 비슷한 상점으로 옮겨진다.

이점포의 주인은 "작은 매장에서 여러가지 상품을 팔려고 하면 대형
매장과 경쟁이 안되기 때문에 한품목만을 집중적으로 싸게 팔고 있다"며
"어느정도 판매가 되면 수요가 크게 줄어 취급상품을 아예 바꾼다"고
설명했다.

점포를 차려놓고 한정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대신 적극적으로 상품을
바꿔 고객을 찾아나서는 "변신매장"인 셈이다.

의류나 생활잡화등에서 유행하는 이러한 상술은 원래 비어있는 건물을
단기간 임대한 뒤 덤핑상품을 한시적으로 파는 이른바 "땡처리상"들로
부터 유래했으나 최근엔 불황에 빠진 일선 소매점주들이 적극적으로
이러한 판매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상품을 대주는 왕도매상들은 유통경로가 없어 팔지 못한 중소업체의
제품을 5-8톤 트럭단위로 사들이는 "차띄기"를 한뒤 계약점포에 이를
배달해 준다.

왕도매상들은 신월동 경인고속도로 일대를 중심으로 서울시내에만
40-50개가 성업하고 있으며 대구 부산 등 지방도시로까지 원정을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도매의 경험이 있는 밀알유통의 배병호본부장은 "소매점들이
가격과 아이템을 바꿔가며 계속 높은 매출을 유지하려는데서 이러한
상술이 유행하고 있지만 왕도매상들의 영세성으로 지속적인 상품공급이
힘든데다 제품의 유명도가 떨어지고 애프터서비스등에 문제가 많아
앞으로 활성화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