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은 자동화나 합리화등 생산성향상을 위한 투자보다는 공급능력을
키우기 위한 설비확장투자에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투자행태는 국내외경기가 둔화될 경우 가동률이 떨어짐으로써
경영여건악화로 직결될 우려를 안고 있어 투자의 질적고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통상산업부가 일반기계 자동차 조선 철강금속등 업종별 주요기업
2백개를 대상으로 지난 6월21일부터 7월30일까지 실시, 22일 발표한 하반기
투자동향에 관한 설문조사결과에서 나타났다.

이들 2백개기업의 하반기설비투자계획치는 22조2천2백55억원.

이중 설비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가 15조3백1억원으로 67.6%를 차지
했다.

올해만 1조6천5백17억원이 들어갈 한보철강의 당진공장건설, 2천5백33억원
이 투입될 기아특수강의 군산공장건설등 상당수기업들은 설비능력을 확대
하기 위한 투자에 많은 돈을 쏟을 예정이다.

규모를 키우기 위한 투자에 치중한 나머지 자동화 합리화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나 연구개발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있다.

하반기 투자계획중 자동화및 합리화투자는 전체 투자의 10%에 못미치는
2조1천5백89억원, 연구개발투자는 1조4천9백10억원으로 6.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웃 일본의 경우 94년 주요산업체의 투자중 설비능력확충을 위한 투자는
33.6%에 머물고 자동화투자가 17.2%, 연구개발투자가 9.2%에 달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단순하게 설비능력을 확충하는 투자에 치중하는 행태는 경기둔화기에 많은
문제점을 낳을수 있다.

공급능력을 대폭 늘린 상황에서 국내외경기가 둔화추세로 접어들면 가동률
이 떨어질수밖에 없다.

가동률하락은 곧바로 수지악화를 초래한다.

국내경기는 곧 정점을 지나 완만하나마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설비능력확장위주의 투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산업연구원(KIET)주최로 22일 열린 광복50주년기념세미나에 참석한
스탠퍼드대학의 폴 크루그만교수도 단순히 요소투입량(노동과 자본의 양)을
늘려 성장하는 경제는 한계에 부닥칠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결국 지속적인 성장과 경기둔화기의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자동화나
합리화등을 통한 생산성향상투자와 기술개발로 이어지는 연구개발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투자전략을 바꾸는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은 외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2백개기업의 상반기투자액 14조6천2백90억원중 외부자금은 73.4%인
10조7천3백73억원에 달했다.

외부자금조달비중은 작년 상반기의 63.2%보다 높아진 것이다.

외부자금을 형태별로 보면 외화조달이 4조8천4백34억원, 주식및 사채발행이
2조9천6백11억원, 금융기관차입이 2조1천6백31억원, 기타 7천6백97억원
이었다.

하반기 업종별 투자계획을 보면 일반기계 석유화학 정보통신 철강금속
정유유통 반도체분야의 투자는 대폭 증가하고 석탄 플라스틱 피혁 조선업
에서는 부진,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계획치는 일반기계 1조3백18억원(전년동기대비 3백60.6%), 석유화학
8천1백94억원(1백74.1%), 제지 2천6백55억원(1백60.3%), 정유업 2조2천5백
57억원(1백59.9%), 철강금속 4조1천5백23억원(1백2%), 반도체 3조3천6백
74억원(56.6%), 유통 1천6백42억원(2백20.1%)등이다.

플라스틱과 피혁 석탄 조선 항공서비스업 생활용품등의 투자는 전년동기
보다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