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기업입니다".

기업들이 최근 "소프트 이미지" 가꾸기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외형 위주의 숨가쁜 사세경쟁을 벌이는 한켠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다퉈
개최하는등 "이미지 마케팅"쪽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현대 삼성 LG 대우 선경 등 대기업그룹들은 갖가지 문화.스포츠.레저행사에
대규모 찬조금을 내면서 "문화행사에 돈을 아끼지 않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를 심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달리 직접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자체 문화예술단을 운영, "큰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고있는 "실속파"기업들도
적지 않다.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기업 잠재고객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문화
마케팅"으로도 불리는 기업들의 이같은 소프트사업은 최근 본격 개막된
지방자치시대에 맞춰 더욱 뜨거운 열기를 뿜고 있다.

문화사업을 지역사회와 기업을 잇는 가교로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에서다.

<>.19일 오후3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는 한 음악
축제가 벌어졌다.

아남그룹이 매달 세째주 토요일 개최하는 "제3토요 음악감상회"가 이날도
어김없이 열린 것.

지난 88년 예술의 전당 개관과 함께 출발한 이 음악축제엔 매번 4백석의
객석이 만원사례를 이룬다.

나이 지긋한 중년신사에서부터 젊은 연인들과 청소년등 상당수의 "단골
관객"까지 확보하고 있다는게 아남측 설명이다.

아남 관계자는 "밝고 건전한 고전음악을 통한 정서 순화와 음악 애호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개최하는 이 행사가 의외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매달
행사 준비를 위해 적지않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게 사실이지만 이 행사를
통해 그 이상으로 기업이미지 제고 등 무형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게
회사측 판단"이라고 말한다.

이에앞서 지난 1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광복
50주년 기념 축전음악회"엔 린나이 코리아사가 자사 직원들로 구성된
콘서트 밴드를 출연시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명훈 조수미 신영옥 등 기라성같은 유명 음악인들이 총출연한 이날
음악회에서 시종 무대를 지키며 당당히 "기량"을 겨룬 것.

린나이직원 48명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중 개선
행진곡,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등 수준높은 곡을 거뜬히 연주해내며
아마추어답지 않은 솜씨를 과시해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린나이는 지난 86년 관악기 동호인들로 이 밴드를 창단한 이래 해마다
<>청소년을 위한 음악향연 <>청소년가장 돕기 자선음악회 <>지방순회 음악회
등 정기공연을 가지며 "언제나 음악이 흐르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각 지역
사회에 심어주는데 성공했다는 자평을 하고 있다.

<>.현대 삼성등 대기업그룹들은 전국 단위의 각종 문화행사에 거액을 선뜻
찬조하는 한편으로 주요 공단소재 지역 주민등을 대상으로 한 사회문화
이벤트도 적극 마련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89년이후 매년 봄.여름 두차례에 걸쳐 울산지역 시민들을 초청,
"현대가요제"란 노래자랑 행사를 열고 있다.

최종 17개팀이 본선에 오르는 이 가요제엔 매 행사때마다 1백50~2백개팀이
참가할 정도로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

현대는 이외에도 매년 9,10월께 2~3일간 일정으로 울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마음 축제"를 열어 지역특산품판매 노래자랑 놀이마당 등의 행사를 펴고
있다.

삼성그룹은 매년 정기적으로 후원하거나 직접 주최하는 행사에만도 연간
2백억원 이상을 쓰고 있다.

이중 직접 개최하는 행사는 매년초 삼성전자 주최로 여는 신년음악회를
비롯, 환경보호캠페인을 곁들여 6월에 개최하는 그린콘서트 등 10여가지에
이르고 있다.

LG그룹은 매년 진해군항제등 6개지역의 향토문화제를 지원하고 있다.

또 주력 계열사인 호남정유를 통해서는 92년이후 4년째 서울 부산 창원
대구 대전 전주 광주 여수 등을 순회하는 "푸른 문화 예술축제"라는 음악
행사를 직접 개최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그룹차원에서만 연평균 10억원을 각종 문화행사에 지원하고
있는 것을 비롯, 전자 자동차등 주력 계열사들을 통해 연간 1백50억원 이상
을 들여 청소년음악회 오케스트라공연 등을 후원하거나 직접 개최하고 있다.

<>.쌍용그룹은 89년이후 매년 10,11월께 "고객초청 사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국내 유명 성악가와 기악인들을 초청해 여는 이 행사에선 관현악 가곡
오페라 아리아 등 감미롭고 수준높은 음악이 협력업체 관계자와 일반시민들
에게 무료로 선사된다.

또 지난 85년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 교향악단으로 출범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KSO)에 매년 3~4억원을 지원, 서울 창원 대구 등 전국 주요도시
를 순회하며 음악회를 열고 있다.

포항제철은 포항제철소내에 객석 8백88석 규모의 "효자 아트홀"을 개관,
매주말 영화 음악 연극 뮤지컬 등을 돌아가며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공연해
주고 있다.

광양제철소에도 "백운 아트홀"을 세워 국악 연극 무용 음악회 등 다채로운
공연을 연중 개최하고 있다.

<>.금호그룹은 지난 90년 5월 창단한 "금호 현악 4중주단"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한껏 떨치고 있다.

연 24회 공연을 원칙으로 매년 신년음악회 신춘음악회 송년음악회 등 정기
공연 이외에도 제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주 등 전국 순회공연을 갖고
있다.

또 센다이(일본) LA.샌프란시스코(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나
항공기의 취항지에서도 빠짐없이 자축공연을 하고 있다.

금호는 이와함께 오는 9월20일부터 두달동안 광복 50주년및 미술의 해를
맞아 세계 50여개국의 유명 화가등 예술인 1백여명을 초청, 광주시가 주최
하는 "광주 비엔날레"에 30억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벽산그룹은 지난 7월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황소걸음 해변예술제"를 개최, 3박4일동안 모래조각 등의 경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룸에 따라 이 행사를 매년 정례화키로 했다.

대회기간동안엔 장애인들의 그림 시화 등을 전시하는 행사도 곁들였다.

진로그룹은 계열사인 서광의 신사복 브랜드 "보스렌자" 판촉을 겨냥, 92년
이후 4년째 제주 안동 등 전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는 "보스렌자 음악회"를
열고 있다.

<산업1부>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