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미국 유럽의 컴퓨터통신업체들은 최근 동양에서 일고 있는
인터넷 월드와이드웹 돌풍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통신에 있어서만큼은 은둔의 나라들이었던 아시아
국가들이 갑자기 인터넷 월드와이드웹에 대해서만큼은 지나칠정도로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문은 인터넷을 오랫동안 키워왔던 연구소및 학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멀티미디어형 정보검색이 가능토록 하는 월드와이드웹은
일반 사용자들이 쉽게 PC통신에 뛰어들도록 한다.

그러나 인터넷이 월드와이드웹으로 옷을 갈아입었다고 해서 활용폭이나
데이터베이스의 내용이 변화하는 것은 아닌데 아시아에서는 월드와이드웹
에만 유독 지나친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아시아권에서는 PC의 보급등 각종 정보화 지수가 올라가는
가운데서도 전자우편활용도나 데이터베이스 사용인구의 증가는 눈에
두드러지지 않았다.

또 사회적 관심도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아시아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면문화가
먼저 꼽혔다.

얼굴을 직접 맞대야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할 수 있고 은밀히 귀로
전해듣는 정보가 고급정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상태에서 투명하고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 활용은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기보다는 남의 정보를
빼내는데만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사회적으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활기를 띠기는 어렵다.

최근 아시아국가들의 월드와이드웹 붐 현상에 대해 이같은 대면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은 없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을 중요시하는 아시아인들의 정서가
월드와이드웹에 들어맞는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똑같은 내용의 정보를 화려하게 보기 위해서는 단순한 것보다 10배
이상의 통신자원과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

월드와이드웹의 겉모양을 쫓아가기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