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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한달이 되면서 유통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삼풍고객들의 이동에 관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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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약1천6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고객들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른 인접상권의 판도변화가 예상돼왔고 지난25일
끝난 여름바겐세일은 강남상권의 백화점판세를 읽어낼 하나의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여름바겐세일의 성적에 나타난 특징은 강남지역 백화점중 현대
압구정점및 무역센터점, 그리고 한화 갤러리아점등 고급형을 지향해온
점포의 약진과 지역밀착형을 표방했던 그랜드, 뉴코아의 상대적 부진으로
압축된다.

현대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은 세일매출이 각각 1백32억원과 1백47억원에
달해 지난해 여름세일의 첫5일간 매출에 비해 모두 29.9%씩의 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압구정동의 갤러리아점은 지난해 여름세일의 첫5일간매출 47억원보다
48.9% 늘어난 70억원의 실적으로 신장률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이들 점포의 성적은 20%안팎에 그쳤던 다른점포의 매출신장률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3개점포의 공통점은 삼풍과 마찬가지로 강남일대의 고소득중산층을
겨냥한 영업전략을 전개해 온데다 삼풍백화점으로부터 승용차로 30분이면
너끈히 닿을수 있는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이들백화점 관계자들은 "삼풍사고에 따른 반사적이익을 꼭집어 말할수는
없지만 사고후 점차 고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고 있으며
현대측의 한 실무자는 "세일기간중 고객수로 15%, 매출로는 약10%의
증가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이와는 달리 강남상권의 그랜드 뉴코아 진로종합유통등 대중적이미지의
지역밀착형 영업을 펼쳐왔던 백화점들은 세일성적에 비추어볼때 삼풍
고객을 흡수한 징후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있다.

그랜드와 뉴코아는 여름세일 시작후 첫3일간의 매출이 지난해 여름세일의
같은기간대비 2.2%와 5.4% 신장에 머무는 고전을 면치못했다.

지난14일부터 10일간의 세일을 독자적으로 실시했던 진로종합유통은
세일매출이 70억원으로 신장률이 약10%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삼풍백화점의 공백에 따른 "어부지리"효과는 일단 현대와
갤러리아쪽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김영모 진로종합유통과장은"하루 3만명을 오르내리던 삼풍고객의
절반이상을 현대, 갤러리아가 흡수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상권변화의 변수로 꼽히고 있는 것은 삼풍과 가장 인접해
있는 뉴코아백화점의 변신 움직임이다.

도심대형백화점도 삼풍고객을 일부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뉴코아는 현재 신관을 고급형백화점으로 꾸민다는 계획하에 일부매장의
재단장작업을 추진중에 있는데 서초구청의 허가가 나는대로 건물외장을
타일에서 법랑으로 교체하고 주차능력을 2백대 늘리는등 기존의 중저가
이미지를 탈피한다는 각오를 굳히고 있다.

삼풍에 입점해 있던 샤넬, 버버리, 베베 등의 수입화장품, 의류를
유치하고 삼풍아파트방면의 셔틀버스를 현재의 2대에서 3대로 늘려
삼풍고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당기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도심대형백화점들은 다리만 건너면 될 정도로 삼풍이 도심과
먼 거리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삼풍고객의 유입을 자신하고 있으며
신세계측은 본점이 이번세일에서 27%의 매출신장을 기록, 4개 신세계
점포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