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오는 9월 선보이는 아반떼 왜건의 이름을 최근 "넥스트 원
(NEXT ONE)"에서 "투어링(TOURING)"으로 바꾸었다.

당초 차세대 넘버 원을 지향한다는 차원에서 "넥스트 원"으로 했었으나
왜건의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측면이 있어 여행에 편리하다는 왜건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투어링"으로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이름을 짓는데는 이처럼 여러가지가 고려된다.

승용차의 이름이 촌스럽거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을 경우, 또는 어감이
좋지 않을 경우 판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차 이름을 기획부서가 아닌 마케팅부서에서 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차 이름을 짓기위해 마케팅부서는 먼저 새로 개발되는 차량의 특징, 주요
고객, 시대적 흐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최소 수십개에서 많게는 1백개 이상
의 이름을 도출해 낸다.

예컨대 새로 개발되는 차가 대형차로 중후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가져야
할 경우 "고급" "중후" "장엄" "고귀" 따위의 말에 해당되는 각국 언어를
뽑아내고 이중 어감이 좋지 않거나 발음이 어려운 말을 배제시켜 나간다.

후보 이름은 실무회의와 경영진의 결재과정을 거쳐 몇개의 이름으로 축소
된다.

이후에는 최종후보 이름의 장단점에 대한 검토와 함께 소비자 여론 조사를
거치며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에 해당 이름이 상표등록돼 있는지를 조사한다.

그러나 조사가 어려워 나중에 이름을 바꾸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

현대 엘란트라가 유럽 대양주에 란트라로 팔리는 것이나 프랑스에서
엑센트가 뉴포니로 팔리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다.

이같은 이름짓기에는 보통 6개월이상이 걸리며 여론조사 상표등록조사등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2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물론 전문작명업체에 용역을 맞기는 경우도 있다.

기아 스포티지는 영국의 한업체에 맡긴 경우다.

쌍용 무쏘나 코란도처럼 사내공모를 통해 결정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 때도 결정권은 마케팅부서가 갖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이름도 유행을 타는 경향이 있어 과거에는 영어일색이었으나 최근
에는 현대 아반떼(스페인어로 "전진"), 마르샤(이탈리아어로 "행진곡"),
기아 아벨라(스페인어로 "갖고 싶은 것"), 대우 씨에로(스페인어로 "하늘")
등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로 대상언어가 확대되고 있다.

쌍용은 신형 소형승합차에 이스타나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말레이어로
"궁전"이라는 뜻이다.

전세계에 자동차를 수출하다보니 이름때문에 곤경을 겪는 일도 적지 않다.

순 우리말인 쌍용의 "무쏘"(코뿔소의 다른말인 무소의 발음을 되게한 말)은
이탈리아 일부지방에서 "묘한 뜻"을 지닌 방언으로 사용돼 한때 유럽수출용
에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곳을 한때 검토했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