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대기업총수는 어떤 스타일의 사람들인가" 올초 LG그룹의
"성공적인" 경영권 대물림에 이어 코오롱 한라그룹 등도 총수직
세대교체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대한 재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창업자의 2,3세들로 30~50대에 걸쳐있는 이들 "예비총수"들의 1차적인
공통점은 대부분 해외유학과 그룹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것."엘리트
경력관리 코스"를 밟은 인물들이라는 얘기다.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경영역량에 대한 검증도 상당부분 이뤄진
상태라는 점.상당한 시일을 두고 후계구도가 가시화 돼 왔기 때문이다.

오로지 "감"에 의존해 "무"에서 "유"를 일궈낸 경우가 대부분인
창업세대 총수들과 다르다는 평가와도 맥이 통한다.

"카리스마"보다는 "합리"를 추구한다는 공통점도 차세대 총수들의
특징. 이들의 개인성향이나 경영스타일을 재계에서는 "솔선수범형"
"보스형" "은인자중형"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은인자중형"은 부친의 카리스마가 강한 그룹의 2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창업자인 정주영명예회장이 "2세들에 의한 분할승계"를 언명해 놓은
현대그룹의 정몽구정공회장등 "2세 예비총수"들과 한라그룹 정몽원부회장
,한보그룹 정보근부회장등 "정씨"들이 이 부류에 속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대그룹 2세들의 경우 정주영명예회장의 "컬러"가 워낙 뚜렷해
되도록 겉으로 나서기 보다는 안에서 일을 챙기는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실 대부분 부전자전의 보스형이라는 게 해당 계열사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정몽구회장의 경우 성격이 급한만큼 보스기질이
강하다.

그래서 부친인 정명예회장을 "빼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사람을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 화끈한 성격으로 일단 쓴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버리지 않는 의리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정명예회장의 6남으로 국회의원과 축구협회장 등을 맡아 "외유"에
바쁜 정몽준현대중공업고문도 둘째형인 정몽구회장에 못지 않은
보스형으로 알려져있다.

조금 어눌한듯한 말투이지만 사안의 핵심을 찌르는 명쾌한 논리로
임직원들을 장악하는 스타일.성격이 급해 실수를 하는 하급자에
대해선 면전에서 바로 "시정조치"를 취해준다고. 정명예회장의 5남으로
현대전자와 현대상선을 이끌고 있는 정몽헌회장은 최근 13억달러가
넘는 미국 반도체투자를 단행한 점 등으로 "배짱있고 통큰 스타일"이라는
평가와 함께 "여성적이리 만큼 섬세하고 내성적 스타일"이란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러나 업무스타일은 되도록 아랫사람들의 자율을 존중하는 권한이양형이란
소리를 듣는다.

하루에 직접 결재하는 서류는 5건 안쪽에 불과하다는 것. <>.한라그룹
정몽원부회장도 부친인 정인영회장의 "카리스마"에 묻혀 되도록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은인자중형으로 분류된다.

중요한 경영의사결정에 대해선 빠짐없이 부친의 "자문"을 받아 처리할
정도의 조심성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

공식적인 업무시간 이외에는 과장 대리 신입사원등 젊은 층과 자주
어울리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다고.최근 그룹이 출자한 원주전문대
개교식때는 양복상의를 벗어제치고 행사용 의자를 직접 나르기도
했다.

임직원들과 자주 갖는 술자리에서는 "X세대 가수" 이원진의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하여"를 매끄럽게 불러제끼는등 신세대 노래를 주로
불러 좌중을 리드하는 친화력도 보여준다.

<>."기업은 물려받는 게 아니다.

자격을 갖춰 찾아야 한다"는 지론을 강조하고 있는 조양호대한항공사장은
대표적인 솔선수범형 2세경영인으로 꼽힌다.

출장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7시40분을 출근시간으로 정해 한번도
이를 어긴 적이 없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하다는 평가.

부친과 마찬가지로 사진촬영이 취미인 그는 출장을 가다가 다른
항공사의 기내서비스가 좋아 보이면 일일이 촬영해 해당 부서에
내려보낼 정도의 "무서운 안살림꾼"이란 소리도 듣는다.

집안의 단골양복점에서 60만원짜리 양복을 맞춰입고 "안전을 위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벤츠 75년형을 주로 타는등 "검약속의 합리주의"를
실천한다는 평도 있다.

말수가 적은데다 술과 담배를 일체 입에 대지않아 얼른보기엔 "재미없는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한다고. <>.코오롱의 이웅렬부회장은 40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일일이 행사,공격적이고 과감하다는
평가를 듣는 대표적 "보스형 신세대 예비총수".한번 몰두하면 "진"을
빼고야 말 정도로 일에 달려드는 그는 일할 때도 3박4일,놀 때도
진빼도록 3박4일동안 어울린다고 해서 "3박4일"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한번 어떤 문제를 놓고 회의를 소집하면 결론이 날 때까지 회의를
계속,시간이 모자랄 경우엔 술집으로 회의장소를 옮길 정도다.

그래도 얘기가 안끝나면 새벽 2,3시가 넘은 시간에 자신의 집으로
임직원들을 데리고 갈 정도. <>.30대초반의 정보근한보그룹 부회장은
결재서류를 컴퓨터통신으로 처리토록 할 정도로 현실감각과 합리를
추구하는 신세대 경영인.91년 수서사건때 29세의 "어린 나이"로
수습책임을 떠맡고 그룹 경영일선에 나선 경력이 있는만큼 연배에
비해서는 꽤 노련한 경영수완을 보인다는 얘기도 듣는다.

철저하게 현장을 중시해 아산만 철강공장 건설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할만큼 일에 대한 열정도 뛰어나다고.그러나
부친인 정태수총회장이 아직 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되도록
외부에는 일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은인자중형"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