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오후 일본 동경의 뉴긴자호텔 1층 커피숍.

"일본의 자금시장을 둘러보니 빨리 우리나라도 콜전문중개기관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삼투금 조용성대리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국내자금중개회사를 세우는 것은 좋지만 외환거래소 복수민영화는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바로 옆자리의 재정경제원 자금시장과 백용천사무관이 의견을 밝혔다.

이날 현지 즉석토론을 펼친 사람들은 6월22일부터 12일간 일정으로
일본과 싱가포르의 자금중개시장을 둘러보러 간 국내투금사 콜담당
직원등 관계자 12명.

금융산업개편에 맞춰 국내 자금중개시장을 어떻게 재편해야 할 지한
수 배우러 갔었다.

이번에 배워온 "한 수"가 어떤 식으로 소화될 지 우선 정부가 발표한
콜시장및 외환시장 개편안을 살펴보자.

재경원은 현재 투금.종금의 영역통합에 따라 서울 8개 투금사가 맡고
있는 콜중개업무는 별도의 전문중개기관을 세워 점담토록 하겠다고 지난
4일 밝혔다.

또 정부는 작년말 외환제도개혁안 발표 때 지금 금율결제원의 자금중개실이
하고 있는 외화(원화및 미달러)중개업무를 복수민영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물론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빈 칸 이었다.

국내 콜중개시장과의 연계문제도 언급되지 않았다.

전화 한 통화로 수백억원을 거래하는 콜시장.금융기관간의 과부족자금을
응급 헌.수혈하는 금융응급실이다.

70년대부터 은행등 금융기관간의 장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던
콜거래는 89년 서울 투금사와 금융결제원이 장외중개시장으로 지정됐다가
지금은 서울투금사만 하고 있다.

규모는 하루평균 3조원대.투금사를 거치지 않는 은행간 직콜거래까지
합치면 일평균 4조5천억원을 넘나든다.

덩치는 크나 수수료는 1억원당 1백원이 고작이다.

이러다보니 투금사들은 수수료만 먹는 단순중개(Brokerage)보다는 99%를
매매중개(Dealing)에 치중한다.

투금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대신 대.차금리 차이도 얻고 당긴
콜자금을 다른 부문에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구상하는 대로 단순중개만 하는 콜전문중개회사를 세울
경우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공공성을 지닌 콜중개시장을 그냥 내팽겨둘 수도 없는 문제다.

그래서 재경원은 콜중개를 해온 서울 투금사나 은행등이 컨소시엄을
형성,자회사 형태로 2-3개 세운다는 방침이다.

일본에 다녀온 재경원 백용천사무관의 말."일본의 콜거래 규모는
우리의 80배나 됩니다.

콜중개회사는 2-3개 정도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또 외환거래는 하루 20억에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금융결제원이 맡고
있는 외화중개업무를 복수민영화해 미달러외에 엔화나 마르크화등에 대한
본격적인 외환거래를 허용하는 것도 너무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이에대해 삼희투금 국제부 김석견차장은 "자금중개회사(Money Broker)를
원화따로, 외환따로 세우겠다는 것은 복덕방(Broker)영업을 아파트 따로,
임야 따로 허용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경없는 전쟁터인 세계 금융시장에서 각종 화폐의 현.선물이 분초를
다투며 거래되는 데 국내.외자금중개를 일원화하지 않고 분리한다는 건
시대착오라는 지적이다.

규모에 따른 현실론에 대해선 "장을 먼저 만들면 거래는 자연히
창출된다"다고 김차장은 강조했다.

자금중개회사들이 애슬리&이어스,프레본 야마네,마샬등 전세계에
그물같은 정보체제를 구축해놓은 정보기관과 업무제휴하면 일본
동경단자의 도쿄FOREX등 유수 머니 브로커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콜중개회사에 일본처럼 국공채와 금융선물상품의 취급을 허용,
중개회사끼리 경쟁을 유도해 돈벌이를 늘리도록 해야 된다고
투자금융경제연구소 고진성(삼수변에 별성)선임연구원은 제안했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