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보여준 재계의 기민한 구호활동이 잔잔한
화제를 낳고 있다.

삼성그룹은 사고 발생후 33분만에 현장에 구호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민첩함을 보여 "과연 조직력의 삼성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서울시가 현장 복구작업 총괄을 현대건설에 위임해 현대는 "대형붕괴
사고전담 복구기업"이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비서실과 사회봉사단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조직력과
순발력을 과시했다.

삼성비서실은 사건이 발생한 후 3분이 채 못된 오후 6시 정각에 백화점내
매장 직원을 통해 삼풍붕괴소식을 접했다.

TV보도가 나가기 전이었다.

비서실은 즉시 그룹내 사회봉사단과 인사팀에 연락을 취해 1차 간이회의를
열었다.

이때 시각이 오후 6시10분.

대외연락은 신경영추진팀이 맡고 사회봉사단과 인사팀은 구호작업총괄과
인력동원을 담당했다.

동시에 비서실 팀장회의가 긴급 소집됐다.

현지구호활동을 위해 대책본부 설치가 결정된 시각이 6시15분.

비서실은 삼풍백화점 주변의 삼성건설 현장사무소에 연락을 취해 작업중인
중장비를 사고현장으로 급파했다.

삼성의료원 소속 20여명의 의료진이 "삐삐"로 호출됐고 호텔신라에는
700명분의 도시락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동시에 사회봉사단은 각 계열사별로 비상연락망을 가동, 전자소속 직원
200여명과 건설소속 40여명을 우선 현장으로 보냈다.

인사팀은 6시25분경 서울시대책본부와 서초경찰서등과 협의해 구호대책
본부의 장소를 서초동 사법연수원으로 정했다.

이미 현장으로 출발했던 비서실의 이상배상무가 현지에 도착해 구호대책
본부를 설치한 시각이 오후 6시30분.

붕괴사건이 발생한후 정확히 33분 만의 일이었다.

한편 서울시는 삼풍현장 복구작업을 현대건설이 총괄하도록 위임해
현대그룹은 "대형 붕괴사고 전담 해결사"라는 별칭을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듣고 있다.

호남정유는 삼풍사고 현장복구에 동원된 중장비의 연료를 상황이 종료될
때가지 무제한 무료제공키로 했으며 유공계열의 삼풍주유소는 사고직후부터
재해대책본부로 부지를 제공해 영업을 하지 못하는 "희생"을 흔쾌히
감수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한화그룹의 성낙정부회장은 68세의 고령인데도 헌혈을 자청,
한화그룹 직원 500여명이 자발적으로 헌혈하는데 솔선수범을 보였다.

또 석탄공사는 장성 도계등지의 구호전문대 요원 20여명을 사고 현장에
파견해 인명구조를 돕고있다.

재계는 이번 삼풍백화점 사고를 계기로 "사회신뢰 경영"의 이미지를
확인하는 한편 그룹 내적으로도 리스크 관리체계를 재점검하는등 교훈을
얻고 있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