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유통업계에 불어 닥친 가격파괴바람의 강도와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을 엿볼수 있는 조사결과도 잇달고 있다.

삼성소비자문화원이 프라이스클럽등 이른바 신업태의 할인점매장 이용경험
이 있는 소비자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7%가 "좋은
물건을 싸게 살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의 가격파괴가 유통업계와 제조업의 경쟁, 발전을 촉진시킬 것"
이라는 응답은 71.5%에 달했으며 신업태의 향후전망을 묻는 질문에서는
85.6%가 "지속적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답에 동그라미를 쳤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쇼핑장소를 꼽을라치면 백화점과 슈퍼, 또는 집근처의
소규모상점을 먼저 머리에 떠올렸던 국내소비자들로 부터 어느새 확고한
지지를 받게 된 신업태의 할인점들.

조사결과는 유통시장의 격변속에서 소비자들의 심리와 구매행태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바뀔 것인지를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있다.

핵가족화의 진전, 맞벌이부부의 증가, 자동차문화의 확산등 서구식 소비
행태로의 이행을 재촉하는 변수와 궤를 같이하는 신업태 바람은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을 "브랜드"지향에서 "가격"지향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현대사회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시, 이달초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물건을 살때 수고가 되더라도 싼 곳을 찾아가 산다"는
주부는 전체응답자 6백명의 71.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은 주로 세일기간에 이용한다"는 응답은 27.5%에 달했으며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주부도 38.8%나 차지, 알뜰매장을 선호하는 소비심리가
우리사회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역력히 보여주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일물다가"시대의 개막과 유통시장 전면개방조치야
말로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자의식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유통채널의 다양화로 소비자들은 보다 합리적인 소비행태를 지향하게될 뿐
아니라 상품의 무국경화가 진전되면서 국산품애용을 맹목적으로 고집하기
보다는 양질, 저가의 외국상품도 지혜롭게 골라쓰는 상황이 사회전반에
폭넓게 확산되리라고 보는 것이다.

"백화점이 신업태매장에서 가격파괴의 만족을 느낀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려 놓기란 쉽지 않습니다.

고객들의 쇼핑만족도를 체크하고 새로운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정보관리를
강화하는등 서비스개선에 더 힘을 쏟지만 가격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은
할인점으로 계속 발길을 돌릴 것으로 봅니다"

황원호미도파백화점 기획이사는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이 소수의 브랜드
지향과 다수의 가격지향스타일로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통업체들
도 이에 맞는 활로를 찾아 나설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 정보혁명의 진전은 소비행태의 변화를 재촉할 또 하나의 중대변수로
꼽히고 있다.

직장보다 가정을 중시하면서 여가선용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의 확산은
시간절약형, 편의추구형 쇼핑을 새로운 풍속도로 뿌리내리고 관련산업을
신종 유망비지니스로 부상시키게 될것으로 보인다.

안방쇼핑시대의 개막을 알리며 오는 10월부터 본방송을 시작할 홈쇼핑
텔레비전의 김병채부국장은 "홈쇼핑등 무점포판매의 대상고객은 엄연히
백화점, 할인점과 구분돼 있다"고 지적, "현재는 개척기나 다름없지만 오는
2000년이면 시장규모가 연간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의식변화가 유통혁명을 촉진시키고 있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모두가 소비행태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서는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 양승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