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의 쌀회담타결이후 2차분 곡물제공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한과 북한이 지난 21일 타결한 쌀회담의 합의문은 "우리측은 북한측에
1차로 쌀15만t을 인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을뿐 2차제공의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언급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웅배부총리는 "내년에도 북한에 쌀을 지원할 것인가"와 "2차분의
쌀지원은 15만t을 넘을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추가지원은 대화
진전여부에 달려있다" "그때 가봐야 알겠다"는 답변만을 했을 뿐이다.

2차곡물지원문제는 내달중순 열릴 예정인 2차남북회담때 거론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남한측은 1차분 15만t에 이어 2차분의 쌀을 어느정도 북한에
더 보낼수 있을까.

우리측이 1차분 15만t(1백만섬)을 북한에 보내면 세계식량농업기구(WTO)가
권장하는 6백만섬의 적정재고량만이 남는다.

1차로 15만t의 쌀만 보내더라도 올해의 작황이 나쁠경우 97년도의 쌀수급
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로서는 계속해서 많은 양의 쌀을 북한에 보낼수 없는 형편이다.

우리가 앞으로 2차분의 쌀을 어느정도 보낼수 있느냐는 적정재고량을
어느 정도로 잡느냐에 달려있다고 볼수 있다.

정부가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적정재고량의 개념을 바꿔 수준을 낮춘다면
북한에 보낼 쌀의 여유는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 앞으로 안보와 흉년에 대비한 재고량이 어느 정도이냐는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국민의 정서적인 합의가 뒤따라야함은 물론이다.

정부측내에서도 WTO가 권장하는 소비량의 17~18%의 적정재고량이 반드시
절대적이라고 볼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주장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쌀이 다른 곡물과는 달리 우리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추가로 쌀을 보내고 수입쌀로 적정재고량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쌀자급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정서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는 적정재고량의 수준을 다소 낮춰 북한에 보낼 쌀을 확보하는
동시에 옥수수와 밀등 잡곡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비용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밀과 옥수수의 국제시세는
t당 1백61달러와 1백11달러로 쌀의 t당 5백~5백75달러보다 훨씬 낮다.

나통일부총리의 발표문도 "대북 곡물제공합의에 관한"것이어서 잡곡제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해 쌀과 잡곡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 김시행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