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대북경협의 제1선에 급부상하고 있다.

80년대말 동구권 시장개척의 향도역을 맡았던 무공이 이번에는 북한당국을
정부간 쌀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데 성공, 또 한번 그 역량을 과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는 23일에는 중국 심천에서 남북한 기업인을 불러모아
임가공 상담회도 갖기로 했다.

북한의 최대 섬유무역업체인 은하무역총회사를 카운터파트로 한 이번
상담회는 개별기업차원이 아닌 다수의 기업이 집단으로 상담을 한다는
점에서 한 차원 진전된 경협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측은 당초 미국업체들을 상대로 임가공 상담회를 추진했었는데 이
정보를 입수한 무공이 4개월여의 끈질긴 설득끝에 남한기업과의 상담회를
성공시켰다고 한다.

무공은 앞으로 이를 진전시켜 홍콩 중국등 제3국에서 북한의 조선국제
전람사와 공동으로 상품전시회를 갖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또 경협사절단을 파견하고 판문점에 무역상담소를 설치하는 것도 무공의
대북경협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다.

이와함께 종국에는 남북한간 상호무역사무소도 개설한다는게 무공의
구상이다.

무공은 정부가 신경제 5개년계획에서 서울-평양간 무역사무소설치 방침을
명시하면서부터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심지어 김일성사망 직후 남북관계가 극도로 냉각됐던 작년 8월에도 무공은
일본 중국등에서 북측과 접촉, 무역사무소 설치를 협의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결과 북미간 경수로협상이 거의 타결점에 가까이 갔던 작년 11월에는
평양대신 나진.선봉에 무역사무소를 설치하는 선에서 원칙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했었다.

이후 경수로협상이 또 한번 미궁에 빠졌으나 무공은 포기하지 않고
원점으로 돌아가 이 문제를 다시 추진했다.

무공의 고위관계자는 이번 쌀협상도 사실은 무역사무소 설치를 협의하기
위해 북경을 방문한 홍지선북한실장에게 정부측이 갑자기 "특별임무"를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홍실장을 메신저로 낙점한 것은 무공이 반민반관의 조직이어서
정부간 직접대화를 꺼리는 북한과의 대화가 용이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또 홍실장이 10년 가까이 대북업무를 전담, 북측에 상당한 인맥을 형성해
놓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무공의 숙원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역사무소개설에 대해 정귀래
통상정보본부장은 "이번에 북한에 대한 쌀지원창구를 무공이 맡게됨에 따라
자연스레 무역사무소개설이 성사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는 특히 "기왕이면 개설지역도 그동안 얘기돼온 나진.선봉대신 평양으로
한다는게 무공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