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초 본격 경쟁체제에 들어가는 시외전화망의 식별을 위해
가입자들이 이용하고자 하는 통신사업자를 먼저 지정하는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정보통신부관계자는 내년1월1일 시외전화의 제2사업자로 선정된 데이콤이
서비스에 나섬에 따라 기존 1사업자인 한국통신과의 구별을 위해 가입자가
시외전화 사업자를 먼저 지정하는 "시외전화 가입자 선지정방식"을 도입,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정보통신부는 데이콤에게 사업개시와 함께 임시로 한자리-세자리정도
숫자의 식별번호(1,또는 082)를 부여한뒤 선지정방식에대한 준비가 완료되는
96년 하반기 또는 97년초에 전면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시외전화 가입자 선지정방식이 시행되면 전화사용자들은 제1사업자인
한국통신이나 제2사업자인 데이콤중 서비스질이 더 좋다고 판단되는 회사를
골라 가입하면 된다.

이 방식은 장거리 전화부문에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미국과 호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선지정방식을 도입하게 된 것은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시외전화의 식별번호체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당초 데이콤에게만 한자리 또는 세자리의 시외전화 식별번호
를 부여하는 방안(1안)과 한국통신과 데이콤 모두에게 식별번호를 주는 방안
(2안)등을 놓고 다각적으로 검토해 왔다.

그러나 1안에 대해서는 데이콤이 "신규사업자에 대해 불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만들어 경쟁도입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 난항을 겪었다.

2안도 기존 한국통신 가입자들에게 시외전화 사용을 위해 번호를 더
눌러야 하게 하는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따라서 식별번호체계는 통신사업자들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이번에 도입키로한 선지정방식은 사업자 측면에서는 비교적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다같이 별도의 식별번호를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이용자측면에서는 완벽한 방안은 못된다는 지적이다.

전화가입자들은 시외전화를 쓰기 위해 지금까지 하지 않아도 될 "사업자
지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쟁이 오히려 국민을 번거럽게 한다는 불평을 자아낼 여지도 있는
셈이다.

또 선지정방식을 전면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비용또한
적지않게 들어갈 전망이다.

우선 가입자관리를 위한 제도적 행정적 장치가 필요하다.

수시로 통신사업자를 바꾸는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문제점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전환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관련 소프트웨어의 개발
없이 바로 쓸 수있는 시외전화용 교환기는 전국적으로 10%미만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70%의 교환기는 사업자를 지정한 가입자를 인식할 수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20%의 교환기는 아예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어서 전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개발에 따른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국가적으로 드는
비용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경쟁도입의 취지는 충분히 살릴 수있을 전망이다.

통신사업자들은 가입자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유치싸움은 서비스질에서 승부가 날 것이기때문에 데이콤은 "공략"
을 위해 한국통신은 "수성"을 위해 다각적인 서비스 차별화전략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통신요금이 단시간내에 인하되거나 현재보다 훨씬 질좋은
시외전화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창근.윤진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7일자).